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최고위원 지원을 약속하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하면서 이번 보선이 '박근혜 vs 안철수'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 교수가 차기 대권 출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밝히긴 했지만 각종 언론의 대권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박-안' 두 사람의 대선 전초전 성격이 짙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향한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고 얘기하는 것은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박 전 대표가 이날 선거 참여 의사를 밝힌데다 안 교수도 박 변호사 지원 여부에 대해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데서 기인한다.
4일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은 "박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와의 세 차례 통화 끝에 얻어낸 답변이다.
'복지 당론 정립이 먼저'라는 박 전 대표가 당론 확정 전에 지원유세에 응한 것은 박 전 대표 본인도 이번 서울시장 보선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조만간 직접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측면 지원한 이후 4년 만에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것이 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수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을 제외하고는 없던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 특히 친박계에서는 이번 선거를 '박 대 안' 구도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이렇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대선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선거 막판이 되면 자연스레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은 하면서도 최대한 막아보자는 계산이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야당의 논리다. 이번 선거는 일관된 정책선거로 나가는 게 맞고 대선 전초전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는 당이 배격해야 한다"고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에서는 싫든 좋든 이번 선거가 '박 대 안' 구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상급식이라는 복지 정책 문제로 불거진 시장 보궐선거이지만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거기에다 박 전 대표의 지원과 안 교수의 박 변호사 측면 지원 가능성이 더해져 주인공보다 '병풍'이 더 부각되는 선거가 점쳐지고 있다.
이날 안 교수는 서울 여의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 변호사 선거 지원에 대해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가, 박 변호사가 직접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는 지원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러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지원 가능성의 싹을 자르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박 변호사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안 교수의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장과 선거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히면서 안 교수의 박 변호사 지원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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