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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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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리리-어디선가 뿔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대구 엿장수가 왔다! 역시 집 앞에 고철이 잔뜩 실린 수레가 서 있다. 그 옆에서 상모를 돌리며 대구 엿장수가 신나게 뿔나팔을 불고 있다. 벌써 어디서 한 잔 걸친 듯 불콰해진 낯빛으로 볼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는 것이 꽤 신명이 잡혔다. 서너 살쯤 되는 아기들이 덩실덩실 엿장수를 따라다니며 춤을 춘다. 왁자한 웃음소리, 그러나 지금 아무도 엿 달라고 그 퍼포먼스를 말리는 사람이 없다. 그랬다간 엿은커녕 욕지기나 한 바가지 뒤집어쓴다는 걸 다 아는 까닭이다. 그 공연이 끝나면 엿장수는 춤을 춘 아기들에게 우스꽝스럽게 큰 가위로 탁탁 쪼갠 엿 조각을 하나씩 떼어준다. 아이고, 우리 이쁜이! 우리 장군! 그러고 나서야 아이들이 들고 나온 헌 책이나 신문, 찌그러진 주전자 등으로 엿을 바꿔준다. 그리고는 가위를 쩔그럭거리며 한바탕 공연을 더 벌이곤 표표히 사라진다. 석양을 등진 채 마치 황야의 건맨처럼.

장발에 나팔바지, 번쩍이는 벨트, 단추를 네 개쯤 풀어헤친 꽃무늬 셔츠, 그리고 반들거리지만 어딘가 약간 어설픈 눈빛. 그 깡패(?)를 본 것은 만화가게 아저씨가 어느 날 새로운 부업으로 어묵 냄비와 나무 의자를 몇 개 들어내고 당구대를 들였을 때부터였다. 얘, 저 사람 되게 유명하대. 정말? 혼자서 열 사람하고 싸웠는데도 이겼대. 정말! 저 금니를 끼운 이유는 싸우다가 열한 사람짼 줄 알고 박치기를 했는데 그게 전봇대여서 그랬대. 정말!! 우리는 만화를 보는 척하며 소곤거렸지만 그가 집중이 안 된다는 듯 째려보자 숨이 딱 멎을 것만 같았다. 혹시 한 권이라도 더 볼까 싶어 매섭게 우릴 감시하던 만홧가게 아저씨는 그가 올 때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곤 했다. 그땐 우리가 슬쩍 한두 권쯤 더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갑자기 몹시 어려운 산수 숙제나, 불조심 포스터 숙제가 생각나 집으로 빨리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구를 치러온 오빠들도 갑자기 급한 약속이 기억나는 듯했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자 만홧가게 아저씨는 정말 맛있는 어묵 공장을 친척이 차려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며 당구대를 치우고 어묵 냄비를 다시 가게에 들여놓는다고 했다. 1970년대 초 침산동과 원대동 일대를 휩쓸었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아, 그립다.

박미영/시인·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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