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완득이'서 무협작가 열연 배우 박효주

배우 박효주(29)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영화 '추격자', 드라마 '에어시티' '국가가 부른다' 등에서 형사와 요원 역할을 줄곧 맡아 도회적이고 딱딱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 배우. 과감한 액션을 선보인 케이블 방송 채널 CGV 3부작 TV무비 '소녀K' 속 민 실장도 이제까지 그녀가 맡은 인물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극장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완득이'에서 박효주는 무협작가 호정을 열연,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완득이'는 김려령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반항아 학생 완득(유아인)과 완득을 구제하려는 독특한 선생 동주(김윤석)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옆집 여자 호정은 동주 선생이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동안 저는 꾸며진 캐릭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완득이' 시나리오의 따뜻함이 저를 강렬하게 끌어당겼죠. 또 그동안 신었던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낮은 신발을 신고 편안한 모습, 비누 냄새가 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웃음)

지난달 14일 막을 내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작품을 들고 처음 다녀왔다는 그녀는 '완득이'를 4천여 명과 함께 관람하며 "영화와 바다가 있어서 낭만적이었고 관객들이 좋아해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연신 싱글벙글 웃는 모습에 주위까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그녀의 눈웃음이 통했는지 지난달 20일 개봉한 '완득이'는 관객몰이가 한창이다.

사실 박효주가 맡은 호정은 원작 소설에는 없는 인물이다. '동주 선생의 개인사는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한 감독이 호정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모티브는 김려령 작가였다.

박효주는 "'동주 선생은 왜 노총각이지?'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시작된 게 호정이라는 인물"이라며 "어떤 여자를 동주 옆에 붙이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만든 인물이 작가였고, 호정은 무협작가이긴 하지만 원작자인 김 작가가 영화 속에 반영이 됐다"고 전했다.

그녀는 "원작에 없던 인물이라 연기하기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원작을 쓴 분이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캐릭터를 좋아해 주셨대요. '이런 인물을 만들어 소설 속에 넣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또 눈웃음을 짓는다.

박효주는 극중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자신이 맡은 무협 작가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주변 지인 작가들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또 이전에 읽지 않았던 무협소설도 읽고 도움을 얻었다. 단기간에 수권을 독파했고, "선배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무림과 현실 세계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며 깔깔거렸다.

'완득이'에서 달달한 로맨스를 펼친 김윤석과는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와 영화 '추격자' 이후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예전에는 무척 먼 관계였어요. 서로 대사는 주고받았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호흡과 대사를 주고받고 한 적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아요. 선배님이 촬영 때 항상 그러시더라고요. 연기자는 사람 냄새 나야 하고, 저처럼 또 덜 생겨야 한대요."(웃음)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 살이 된 박효주. 그녀는 20대를 어색하고 불안하며 불편해 싫었다고 회상했다. 어리숙한 아이였다고 자신을 평가한 그녀는 "올해부터 어떤 장르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잡지모델을 시작으로 연예계에 들어왔지만 원래는 무용을 공부한 박효주.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접고 조금은 방황했고, '과연 이 길을 계속 걸어도 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 결과 연극무대와 TV,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배우가 됐다.

"다양하게 돌아다녔지만 결론은 하나였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향한 욕구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죠. 많은 경험이 중요했어요.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0대는 바쁘게 지냈거든요. 아직 얻고 싶은 것은 많지만 20대를 방황하며 '이 직업을 평생 해도 행복하다'는 결론은 확실히 내렸어요."(웃음)

박효주는 "30대가 되면서 느껴지는 감성이 무척 좋은 것 같다"며 "지금이 더 뜨겁고 열정적이며 낭만이 있는 것 같다. 30대의 첫 영화가 '완득이'라서 감사하다"고 좋아했다.

그녀는 어떤 차기작을 꿈꿀까. '소녀K'를 촬영하면서 "파스로 샤워를 할 정도였다"는 그녀지만 "힘들면 힘들수록 보람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느슨하게 연기하며 느껴지는 허무함보다는 지독함 뒤에 오는 보람이 좋다는 설명. 힘든 연기지만 배운 것도 있고 또 "액션의 진한 맛은 몸이 기억한다"며 이번에 무협 소설 작가를 연기했으니 다음에는 무협 극에서 몸을 쓰는 인물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물론 진한 멜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욕심을 낸다. 30대 이상의 여자가 가지고 있는 느낌으로, 서로 아픔이 있는 남녀 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 자신의 매력을 쏟아내고 싶다는 것. "저는 사람을 뒤흔들 수 있는 건 이성을 만날 때인 것 같아요. 사랑 때문에 전쟁도 일으키잖아요. 배우로서 그런 연기를 꼭 하고 싶어요."(웃음)

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나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박효주. 하지만 '완득이'를 통해 다시 한 번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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