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오승환이 대구 시민야구장의 마운드에 다시 올라, 양복은 입은 채 직구를 던질 때 모습을 연출했다. 기자가 바닥에서 던져올린 공들이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 />
'초강력 끝판왕, 표정은 돌부처'.
'보글보글' '1942' 등 전자오락에서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끝판 대장은 '울트라 불사조'로 제 아무리 오락의 최고수라도 이길 확률은 1%가 되지 않는다. 야구를 전자오락에 빗대자면 올해 삼성 라이온즈의 수호신 오승환은 카리스마 넘치는 끝판왕에 버금가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상대팀으로서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뒤집을 가능성이 1%는 될까 여길 정도로 올 시즌 그가 보여준 위력은 대단했다.
그의 위력은 기록으로 나타났다. '정규시즌 1승 47세이브, 한국시리즈 3세이브, 방어율 0.63'. 완벽피칭이었다. 한국야구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였던 선동열 기아 감독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4세이브를 모두 올렸다면 세계 야구사에 남을 기록을 작성할 뻔했다.
끝판왕이 뿌려대는 '돌직구'는 알면서도 치기가 힘든 고성능 무기인 셈이다. 가만히 서서 삼진을 당하거나, 맥없는 타구밖에 나올 수 없으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인기 초절정의 끝판왕 오승환을 3일 대구 시민야구장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11가지 질문을 던졌다. 잘 웃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날은 맘 편히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카리스마와 실력을 갖춘 순도 100% 매력남은 분명했다.
#1.정규시즌 MVP 욕심은
▶(마음과 현실은 달랐다) 기사를 통해 제가 투수 4관왕을 차지한 기아의 윤석민 선수에게 양보한 것처럼 나가버렸는데 그것은 마음일 뿐입니다. 후보 사퇴가 아닙니다. 제가 전문 마무리 투수로 MVP가 된다면 한국 야구사에 또 다른 역사를 만드는 일입니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2. 원래 배포가 컸나
▶작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원래 진정한 고수의 말투는 이렇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더라도 긴장하거나 속된 말로 쫄고 그러지 않습니다. ('칠 테면 쳐봐라'는 심정으로 던지느냐고 물었다) 그런 마음보다 '직구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 맞는 표현일 겁니다. 또 마무리 투수로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한국시리즈 2차전 '휴~' 표정의 의미는
▶류중일 감독님은 제가 등판할 때는 수비 역시 초특급으로 강화합니다. 막판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가야 하기 때문에 팀의 수비진도 최상의 상황으로 배치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등판할 때 더 좋은 수비도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2차전에서 8회 초 SK의 동점주자가 홈에서 태그아웃될 때는 인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4. 팔꿈치 부상 때 어떻게 마음을 다졌나
▶재활센터에서 팀경기를 TV로 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항상 '나였으면 어떻게 했겠나'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지금 이 상황이 행복하다. 더 나빠졌을 수도 있었으니 다행이다'고 되뇌었습니다. 실제 그 마음으로 부상에서 회복됐을 때 자신감이 더 충만해졌습니다. 물론 지금 더 행복합니다.
#5. 대구 출신이 아닌데 대구가 어떤가
▶전 서울 출신입니다. 경기고와 단국대를 거쳐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선수가 되면서 서울에 있는 시간보다 대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또 지내다 보니 대구에 정이 많이 가요. 제2의 고향입니다.(되물어도 정말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매일신문의 위상도 새로 알게 됐습니다.(머쓱)
#6. 국내외를 통틀어 존경하는 선수는.
▶아무래도 선동열 감독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계실 때 제게 맞는 피칭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어릴 때 마무리 투수로는 우상이었기 때문에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팀에 있다 일본 프로야구로 가서 잘하고 있는 임창용 선수도 배울 것이 많은 선배입니다.
#7. 선동열 감독이 엄청난 칭찬을 했는데
▶(선 감독은 오승환에 대해 '전성기 때 내 공보다 오승환의 돌직구가 더 낫다'고 했다) 비교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입니다. 선 감독님이 저를 기분좋게 해주려고 큰 칭찬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선 감독님이 삼성 팀을 이끌었을 때 한마디 한마디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8. 끝판왕 등판 음악, '라젠카, 세이브 어스'에 대해
▶네. 잘 알죠. 팬들이 어디서 이런 멋진 음악을 찾아주셨는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젠카(Lazenca), 우리를 구해주세요(Save us)' 그리고 나서 제가 등판해 세이브를 올리면 승리의 축포를 터뜨릴 수 있습니다. 자주 듣다 보니 저도 이제 귀에 익숙해져서 가끔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9. 일본이나 미 메이저리그 진출 계획은.
▶지금은 판단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유계약 선수(FA)로 풀리려면 2년이 더 남았으며, 현재는 팀에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더 기량을 높이려 합니다. 현재 최고 구속은 153㎞/h인데 더 빠른 직구를 던지면 좋겠죠. 체중(91㎏)을 모두 실어 던지는데 더 빨라지지는 않네요.
#10. 이상형 혹은 결혼관에 대해.
▶이상형은 많이 듣는 질문인데 처음 봐서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편입니다.(그는 여러 가지 파장을 우려해서인지 특별한 이상형을 언급하지 않았다) WBC 우승으로 병역도 면제받았고, 1982년생 건장한 청년입니다.(총각으로서 자기 소개)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분명한데 제 인기가 높아졌나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11. 알코올 흡수량과 '말뼈'에 대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지자 '신문에 안 실을 거죠?'라고 물었다. 일단 독자들과 팬들을 위해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야구스타 오승환을 배신하고 보너스로 공개한다) 예전 얘기입니다. 30-30클럽(폭탄주 30잔, 알잔 30잔)은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한때 잘 마셨던 정도입니다. 말뼈를 우려서 먹었다는 것도 7년 전 얘기인데, 지금은 그냥 밥만 잘 먹습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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