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대0으로 이겼던 레바논에 충격의 패배

월드컵 3차예선 1대2 패배…최종예선 진출도 장담못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진출이 뒤로 미뤄졌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 구자철의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는데 그쳐 1대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레바논과 나란히 승점 10(3승1무1패)을 기록했지만 골 득실차에서 앞서 B조 선두 자리를 힘겹게 지켰다. 한국은 내년 2월 29일 홈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예선 진출 여부를 가리게 됐다. 쿠웨이트는 이날 홈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2대1로 제압하고 승점 8(2승2무1패)을 기록하며 한국을 추격했다.

만일 한국이 안방에서 쿠웨이트에 패하고 같은 날 열리는 레바논-UAE 경기에서 레바논이 이기거나 비기면 한국은 최종 예선 진출이 좌절된다. 한국이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꺾거나 비기면 최종 예선 진출이 확정된다. 또 쿠웨이트에 지더라도 레바논 역시 UAE에 패한다면 한국은 최종 예선에 나갈 수 있다. 한국은 9월 쿠웨이트 원정 경기에서는 1대1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답답하고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급하고 거친 플레이에다 선수 간 손발까지 맞지 않아 경기 내내 헛심만 빼다 제풀에 지쳤다. 공격 상황에서 짧거나 턱없이 긴 패스로 흐름을 끊었고, 미드필드나 수비 상황에서의 패스 미스는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패스 타이밍을 놓치거나 허둥대다 공을 뺏기기 일쑤였고, 거친 볼 트래핑은 공격 기회마저 날려버렸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불규칙 바운드가 생기는 등 변수가 있었지만 90분 내내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득점 기회인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너무 낮거나 짧은 등 부정확한 킥을 남발해 득점은커녕 위협적인 상황조차 연출하지 못했다. 공격할 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고도 외곽으로 공만 돌리는 등 변죽만 울리다 슈팅 한 번 못해보고 무위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고, 슈팅도 지나치게 아껴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과감한 슈팅이 아쉬울 정도였다. 수비도 역습 때 번번이 상대를 놓쳐 여러 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았다.

반면 레바논은 한국 선수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이날 레바논은 지난 9월 2일 0대6으로 대패했던 팀이 아니었다. 레바논은 이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강한 압박과 촘촘한 수비, 날카롭고 위협적인 역습, 한국보다 한 발 빠른 공 처리 등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을 농락, 0대6 대패의 수모를 되갚았다.

한국은 이날 전반 4분 먼저 실점했으나 전반 18분 이근호가 레바논 문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 동점을 만들었다. 이근호는 헤딩을 하다 상대 수비가 발을 높이 드는 바람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고,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성공 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전반 31분 구자철이 한국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무릎으로 상대 선수를 차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허용, 결승골을 헌납했다.

한국은 후반 지동원과 남태희, 윤빛가람을 차례로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전반보다도 못한 졸전을 펼쳤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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