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 칼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함을 요구하는데 변화를 두려워하여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요즘 우리 지역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을 어느 극작가의 묘비명을 빌려서 표현해본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우리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결과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을 한 것은 그만큼 그 선거가 우리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일신문에서도 선거 후 특집기획으로 우리 지역의 정치가 변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다루었다. 사실 우리 지역은 특정한 색의 점퍼만 선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행태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쟁이 없다 보니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관계로 지역민이 아닌 자기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그룹만 바라보는 현상이 반복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필자는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결혼을 하려면 서울로 가라고 한다.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이 되고 있으니 결혼 적령기가 된 직원들이 배우자를 찾으려 해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을 떠나라는 가슴 아픈 조언을 한다. 현실이 이런데 과연 우리의 대표라고 하는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물론 그분들도 지역 상황이 어렵다고 이야기는 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치열한 노력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매일신문에서 '대구경북 통합만이 살 길이다'라는 어젠다를 가지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내심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광역경제권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그분들 중 발 벗고 나서는 분은 보이지 않는다. 통합의 당위성이 없다면 모르지만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총론에서는 찬성을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진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더 슬픈 것은 통합을 위해 힘을 합해도 수도권에 비해 조건이 나쁜데, 통합이 아니라 반목과 질시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복투자, 우리끼리의 경쟁 등 통합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지만 이런 문제점이 우리 지역 리더들만의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 지역민 스스로가 현실에 안주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과거 우리 지역 출신이 대한민국의 주도세력이었던 시절을 아직도 잊지 못하여 '아, 옛날이여!'라고 노래만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대통령 한 명 나온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지역민 모두가 경쟁력을 가지고 스스로가 변해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어쩌면 내년 선거에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최소한 우리를 실망시키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경고는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키워 따뜻한 가슴으로 제대로 듣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간절함이 부족하거나, 대통령 한 명 더 배출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 우리가 간절함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리더들을 변화하게 만들어야만 진정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대구경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행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행복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쉼 없는 노력을 해야 하고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으면서 행동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한다.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해 건배 제의를 하며 끝맺고자 한다. 행복은 우리가!

이상보/한국투자증권 지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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