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스트레스를… 직장 상사'

상사를 죽이고 싶다고? 그대 이름은 불쌍한 직장인!

매일 야근에 주말이면 특근, 하루하루 일과도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직장인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직장 상사다.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가 17일 개봉됐다. 이 영화의 원제는 '끔찍한 직장 상사들'(Horrible Bosses). 얼마나 끔찍했으면 죽이고 싶을 정도일까. 급기야 세 명이 작당해 서로의 상사를 죽이는 일에 착수한다.

새벽 6시면 출근하는 닉(제이슨 베이트먼). 오늘은 2분이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직장 상사 하킨(케빈 스페이시)의 호출. "자네는 늘 6시에 출근한다. 그런데 CCTV에 6시 2분이 찍혀 있다. 이것 보안시스템의 문제 맞지? 그럼 시스템 책임자를 해고해야 되겠군."

잔소리 심하고, 빈정대고, 무시하고, 비꼬는 상사. 그래도 영업상무로 승진시켜 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그날까지만 참자. "오늘 상무 승진자가 바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제가 상무직까지 겸직하겠습니다." 철석같이 믿었건만 단단히 배신당했다. 죽이고 싶다.

치위생사로 일하는 데일(찰리 데이). 결혼을 앞둔 순정파 남자다. 그런데 직장 상사인 여의사 줄리아(제니퍼 애니스톤) 때문에 고민이다. 그녀는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성희롱을 한다. 환자를 마취시켜 놓고도 외설스런 농담을 하고, 방으로 불러 가보면 속옷 차림에 문까지 걸어 잠근다. 급기야 자신이 변태라고 약혼녀에게 알리려고 한다. 죽이고 싶다.

화학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커트(제이슨 서디키스).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사장 밑에서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이 심장마비로 죽자 그의 망나니 같은 아들 펠릿(콜린 파렐)이 회사를 엉망으로 만든다. 마약을 하고, 여자들을 불러 파티를 벌이며 힘겹게 회사를 일군 자신을 멸시한다. 죽이고 싶다.

친구인 셋은 직장인이며 누구나 그러하듯이 회사를 마치면 모여 상사를 욕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러다가 실제로 상사를 죽이는 모의를 하게 되고 살인청부업자를 물색한다. 술집에서 이 방면 전문가(제이미 폭스)를 만나 상담을 받은 결과, 남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의 상사를 죽이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는 조언을 받는다.

이 영화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상사를 죽인다는 발상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에피소드들도 과장돼 있지만 그래도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직장인의 비애와 냉혹한 현실을 꽤 잘 그려내고 있다.

세 주인공은 그렇다고 일을 썩 잘 처리하지도 못한다. 상사들을 죽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어설픈 셋이 벌이는 좌충우돌이 웃음을 자아낸다. 보복을 한답시고 상사의 칫솔을 엉덩이에 문질렀다가 DNA 흔적을 남기고, 살인 전문가에게 거금을 주고 일을 시켰지만 알고 보니 좀도둑인 식이다.

공감할 만한 설정에 이야기도 짜임새 있고 그럴싸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세 얼간이와 함께 세 보스가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사악한 보스 케빈 스페이시는 특유의 냉혹, 냉정한 면모를 과시하고, 섹스광 제니퍼 애니스톤도 퇴폐적인 노출로 부하직원을 끈적하게 괴롭힌다. 콜린 파렐 또한 파격적인 외모로 영화의 맛을 더한다.

높은 실업률에 힘들게 직장을 가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거기에 끔찍한 직장 상사의 등쌀에 고통받는 직장인의 비애가 코믹하게 잘 그려져 있다.

미국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직장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그 이름, 직장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러닝타임 100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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