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초, 당시 동독 정권 수립 30주년을 맞아 방문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이 예상지 못한 입맞춤으로 인사를 나눴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 정상들은 세 번 포옹하면서 볼 키스를 나누는 '형제의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브레즈네프와 호네커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남자 정상들끼리 입맞춤을 해버렸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당연했다.
호네커는 10년 뒤 동독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도 입맞춤을 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호네커에게 종용하였고 이를 거부한 호네커는 11일 후 축출되고 말았다. 이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고르바초프와 호네커의 키스는 '죽음의 키스'로 불리게 됐다. 현재 베를린 장벽의 무너지지 않은 부분에는 여러 화가가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러시아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이 브레즈네프와 호네커의 입맞춤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형제의 키스'이다.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이 불편한 관계의 지도자들끼리 키스하는 합성사진 광고를 내놓아 논란을 빚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이 입맞춤을 하고 있는데 브레즈네프와 호네커의 키스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키스하는 것으로 돼 있다가 최근 그가 사임하는 바람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으로 상대가 바뀌었다.
도발적이고 파격적 광고로 노이즈 마케팅을 구사하는 베네통은 이전에도 신부와 수녀가 키스하는 모습, 에이즈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 흑인 여성이 백인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 등의 광고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아흐메드 알 타예브 이슬람 최고지도자의 입맞춤 광고가 제작됐으나 교황청이 반발하자 사과하고 회수에 들어갔다. '증오하지 마라'는 주제로 만들어졌다고 하나 저급한 상상력으로 빚어진 졸작이라는 혹평도 듣고 있다. 어쨌든 광고 속 지도자들이 키스는 아니지만 따뜻한 포옹이나 악수하는 모습을 현실에서 보일 수 있다면 좋겠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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