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 뚫는 지방 고교…지방 학교의 수시 대비 프로그램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각 고교 교육과정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청도고(사진 왼쪽)는 농촌 학교라는 불리함을 딛고 수시 집중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입 정시 모집에서 강점을 보이던 경주여고도 대입 수시 모집 확대라는 대세에 맞춰 교육과정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각 고교 교육과정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청도고(사진 왼쪽)는 농촌 학교라는 불리함을 딛고 수시 집중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입 정시 모집에서 강점을 보이던 경주여고도 대입 수시 모집 확대라는 대세에 맞춰 교육과정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입시철을 맞아 고3 교실은 분주하게 돌아간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수시 응시와 정시 전략짜기에 여념이 없다. 입시를 앞둔 일반계 고교의 긴장감은 대도시나 시군 지역이나 다를 바가 없다. 수능 최종 성적 발표(30일)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청도고(사립)와 경주여고(공립)를 찾았다. 청도고는 대입 수시에 집중된 교육을 펼치며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 경주여고는 전통 명문이라는 위상에 안주하지 않고 새 교육 프로그램을 차곡차곡 준비해 공립고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도시 고교 못지않은 두 학교의 대입 수시 대비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청도고, 대입 수시에서 길을 찾다

"틈새 시장을 제대로 찾은 거죠. 앞으로 발전 속도는 더 빠를 겁니다."

2007년 청도고는 새롭게 태어났다. 이전까지 여고로 운영되면서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2007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교사들이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대입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신입생들의 성적도 점차 상향되는 선순환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있다.

특히 최근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커진 점은 청도고에 호재로 작용했다. 장덕영 교무부장은 "신입생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2007년 이후 수능성적 위주의 정시보다 다양한 전형요소를 평가하는 수시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수시 맞춤형 교육과정을 꾸준히 운영해왔는데 이것이 시대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청도고는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전 학년 학생들에게 포트폴리오(개인의 교육 이력을 담은 표)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위해 포트폴리오에 채워넣을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마련했다. 연간 계획을 세워 학생들이 보다 쉽게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향토문화지킴이 등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 매년 논술, 영어 에세이와 영어 퍼즐, 수학, 과학, 정보활용능력 분야 경시대회를 여는데 1, 2학년 모두 각자 1개 분야에는 반드시 참여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들은 교과와 특별활동 담당, 담임 교사까지 3단계 점검을 거쳐 고스란히 포트폴리오에 담긴다.

수시 대비 논술지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평일 2시간, 토요일 4시간씩 '방과후아카데미'를 운영하는데 과목별 기초, 심화과정 외에 논술 수업도 편성했다. 방학 때면 서울지역 대형 입시학원 강사를 초빙, 주 1회 4시간씩 5주 동안 논술 특강을 진행한다.

수준별 이동 수업을 정착시킨 것도 청도고의 특색. 1학년은 전 과목, 2학년과 3학년은 수학과 영어 교과에서 수준별 이동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한편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심화학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성적이 상위 5% 내외인 2, 3학년을 대상으로 영어독해와 작문, 고급수학 등 특목고 수준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 덕분에 청도고는 최근 대입 성적에서 약진을 보이고 있다. 2011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를 비롯해 수도권 대학에 14명, 국공립대에 25명이 합격했는데 대부분 수시에서 거둔 성과였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번 수시(11월 16일 현재)에서도 포스텍과 유니스트에 각 1명이 합격한 것을 비롯해 한양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에 6명, 경북대 등 국공립대에 18명이 1단계 전형을 통과했는데, 최종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학년당 120명인 학교 규모에 비하면 쏠쏠한 결과다. 이 때문에 청도는 물론 대구와 경산 지역 학부모들까지 입학 문의를 하는 등 청도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때 문을 닫는다거나 특성화고 전환 소문이 돌기도 했던 고교였던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남재호 교장은 "청도고의 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그는 "진학 문제뿐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교사들이 난상토론을 한 끝에 비교과 활동을 강화하는 등 수시 맞춤형 교육과정을 도입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 진학 성적이 뛰어난 학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경주여고, 변화 위해 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경주여고는 대표적인 지역 전통 명문고다. 고입 비평준화 지역에 있어 성적이 우수한 여중생이 몰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이곳은 대입에서 정시에 치중해왔던 게 사실. 일찌감치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서울대 4명을 비롯해 서울 상위권 대학 31명, 경북대 등 국공립대 4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으나 대부분 정시모집을 통해 이뤄낸 성과. 올해도 수시에선 24일까지 유니스트와 서울 상위권 대학에 5명 내외가 합격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수시 합격자가 크게 더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시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경주여고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대로는 몇 년 내 명문고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수시에 대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여고는 올해 1학기부터 1, 2학년을 대상으로 '명품교육 학력 향상 특별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어와 수학 교과에 각각 기초, 심화과정을 개설해 반별 10명 내외로 운영하면서 뒤처진 학생의 학력을 끌어올리고, 대학별 고사에 대비한 심화 학습을 하고 있다. 3학년의 경우 국사와 생물심화반, 논술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부터는 경주고 등 인근 고교와 함께 '경주지구 합동논술지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당시 경주여고생 55명은 64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논술 수업을 받았다. 국어, 과학, 사회과 교사 등 9명이 모여 만든 '교사 논술동아리'는 논술 유형과 지도방법을 분석'연구하고 있다. 한때 운영이 지지부진해 사라진 것을 수시 확대 추세에 맞춰 올해 초부터 부활시켰다.

동아리활동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기숙사 주말 동아리 18개는 1, 2학년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이와 별도로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30여 개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만들어진 독도지킴이 동아리 '라온힐조'의 활동이 인상적이다. 라온힐조는 '즐거운 이른 아침'이라는 순우리말. '외로움'으로 상징되는 독도의 이미지를 밝게 바꿔보자는 뜻에서 학생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지은 이름이다. 1, 2학년이 중심이 돼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을 초청, 특강을 듣고 각종 대외 행사에 나서서 독도를 홍보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입학사정관제에 대비, '진로 포트폴리오 발표 대회'도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쌓아왔던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을 정리해보고 시상을 통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인환 교장은 "수시 비중이 커지면서 학교 인프라가 바뀌지 않으면 좋은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생각에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며 "일부 학생만을 대상으로 수시 대비 교육을 강화하기보다 공립고인 만큼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가르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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