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엄마와 팔공산 단풍 데이트

작년 가을의 끝자락에 거의 다 떨어져 버린 단풍과 낙엽에도 아이들처럼 환호성을 지르시던 엄마에게 올해는 꼭 절정의 팔공산을 보여드리겠노라고 약속했었다.

드디어 지난 일요일 남편에게 아이들을 부탁한 채 아침 일찍부터 엄마와의 가을 단풍 드라이브 길에 올랐다. 일흔이 넘으신 엄마는 참 젊으시다. 이번에도 그 길에 들어서자마자 "와~예쁘다. 우리 빨리 사진찍자"고 하신다. 마흔이 훌쩍 넘으면서 사진이랑 점점 소원해지는 나와는 정반대로 엄마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추억을 많이 남겨야 한다면서 한사코 사진기를 내게 들이대신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연이은 출산'육아와 회사 일에 엄마와의 시간은 늘 마음뿐이었지 행동으로 옮기기엔 항상 역부족이었다. 엄마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신다며 다음에는 꼭 같이 오자고 하신다. 그래도 난 오랜만에 엄마와 둘이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한데 말이다.

"엄마 그동안 우리 아이들 많이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또 힘들게 해서 죄송해요. 앞으로는 정말 엄마가 하고 싶은 일들 많이 하실 수 있게 제가 뒷바라지 잘 할게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또 다짐을 해본다. 늘 전원주택을 꿈꾸시는 엄마의 소원을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리며 그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기원하는 맘뿐이다. 피톤치드 가득한 싱그러운 가을 공기를 엄마와 손 꼭 잡고 흠뻑 취해본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 아쉬웠던 건 이른 시간이여서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독사진만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엄마가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셀카라도 찍을 걸 그랬나.

조정아(대구 북구 구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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