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지난 날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회상

8년전 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 나는 즐겨 찾던 라이브공연과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맥주집을 찾았다. 국내 최고의 블루스밴드의 보컬이기도 했고 두 편의 영화 주인공이기도 했던 주인장(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은 가게주인이기 전에 친형처럼 그렇게 지내던 터라 특별한 날엔 거의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선배와 나는 보드카를 앞에 두고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를 바라며 한 해 동안의 울고 웃었던 이야기 보따리들을 꺼내 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창밖에는 거짓말처럼 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우린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밖으로 나가 눈을 맞으며 뛰어 다녔다. 그날, 늦은 시간까지 내리는 눈에 감동하고 보드카에 취했다. 들려오는 블루스 음악은 더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말 그대로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하지만 연말이라 대리운전을 요청한지 한참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가게 영업이 끝나고 차 안에 잠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가 이른 아침 눈을 떴다. 차 안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어딘가에 갇혀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그 때 크리스마스를 한 번 회상해 본다. 매년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이지만 항상 설레고 기쁘며, 캐럴을 들으며 좋아하는 건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The Christmas Song'을 'Ashanti'의 가녀린 목소리로 어김없이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정말 바쁘게 지냈다. 많은 강의, 두 차례의 아트페어 참가 및 기획전을 위한 작품 준비, 미술단체의 사무국 등 많은 업무들…. 11월부터는 매일춘추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원고 마감을 하고 숨을 돌리자마자 또 다시 원고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평소 글 쓰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심적 부담이 컸다. 갑자기 글감이나 좋은 글이 떠오르면 스마트폰 메모장에 글을 쓰고, 침대에 누웠다가도 무언가가 생각나면 포스트잇에 메모를 하였다.

어제는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인 내게 회원 한 분께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칼럼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는 몇 마디에 보람도 느끼고 남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어쨌든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올 연말엔 성적 처리와 내년도 업무 기획 등으로 분주하겠지만 내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 칼럼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2011년 바쁘고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다가오는 2012년에는 더욱 더 열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임해야겠다. 물론 내년엔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일 테지만 지난주에는 '대구미술발전인상'을 받았다. 상금까지 받았으니 한 해 동안 울고 웃으며 함께한 지인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 안녕 2011!

송 호 진 대구대 영상애니메이션디자인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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