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우리는 과연 수구꼴통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경북의 혼' 시리즈를 시작했다.
'수구꼴통'이라는 말은 대구 사람을 포함해 경북 사람들을 싸잡아 부르는 말이다. '수구'는 개혁이나 혁신의 상대말로 요즘에는 악덕으로 여겨진다.
대구경북 사람들조차 이 같은 비판에 동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도 모자랄 무한경쟁의 시대에 이 같은 인식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비능률적이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시리즈가 찾은 해답은 '우리는 수구꼴통이 아니다'이며, '경상북도가 곧 대한민국'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구꼴통이 아니다
경상북도 전통문화의 근원은 신라정신에 있었다. 신라는 풍류와 포용성, 개방성, 국제성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국가였다. 풍류는 신라인의 주체적 세계관으로, 신라정신을 대표하면서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됐다.
경북 전통문화와 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선비정신의 요체는 지조와 봉사, 유유자적이었다. 세상이 평화로울 때는 이름 없는 서생으로 살아가지만,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몸을 일으켰다. 경북의 선비들은 옳은 것이라고 믿으면 끝까지 고수했다.
경북 정체성의 또 다른 부분인 호국정신에는 격정성과 애민, 자기희생이 있었다. 경북 사람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가족과 재산을 포기하고 멸사봉공하는 격정의 길을 걸었다. 호국정신의 참모습은 오로지 인간을 사랑하는 정신이었다. 이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경북 사람들의 행동에서 잘 나타난다.
경북 사람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언제나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한 경북 출신 사람들은 잘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대중에게 심어주었고,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내면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도록 유도했다.
경북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오랫동안 한반도 정치'경제의 중심지에 살면서 주요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민족사의 얼과 정통성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경북 사람들은 '우리가 곧 나라다' '우리가 역사의 주인공이다'고 생각한다. 경북인들의 행동에 나타나는 주인의식은 훈련이나 가르침의 결과가 아니라 신라시대 이래 이어져 온 것이다.
또 경북 사람들의 장점은 과감한 실천력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판을 뒤엎어버리고 소통에 서툰 모습을 보이지만 행동에 나서야 할 때는 주저하지 않는다. 강한 현실 참여의식과 책임의식은 경북인들이 항일운동의 선봉에서 활동하고 산업화의 선두에 서도록 했다.
경북인은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뜻을 성취해내는 의지를 가졌다. 말수가 적어 무뚝뚝하고 어투마저 투박하기 때문에 외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래된 장맛처럼 정을 나눌 수 있다.
남다른 자부심과 강직함, 실천력, 정신력, 순박함 등 특유의 기질은 경북 사람들을 돋보이게 한다.
◆정체성 확립은 경북 브랜드 키우는 초석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시는 인권, 자유, 예술, 저항정신을 주요 요소로 삼아 도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광주는 오랜 역사 속에 자리한 호국정신과 저항정신, 민주정신을 인권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모았다. 최근에는 민주'인권'평화를 상징하는 아시아 인권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전략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지역민의 정서와 생활 면면에 흘렀던 호국정신과 선비정신, 백제정신 중 백제정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택과 집중에 의해 백제정신을 대표 정체성으로 정했다. 충남정신의 모체가 백제임을 확인하고 면면히 이어진 충남정신의 하나하나를 백제를 매개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세계적 자동차기업인 볼보는 안전을 핵심가치로 내세워 지구촌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볼보의 정체성은 '운전자와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는 운송수단 제공자'라는 것이다.
경북도도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북은 정신적'물질적으로 너무나 많은 역사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어 정체성 정립이 쉽지 않다. 경북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바로 경북의 브랜드를 키우는 초석을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가 없는 물건은 제값을 받지 못한다. 유명 브랜드는 핸드백 하나에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짝퉁제품은 수만원에 불과하다.
경북 브랜드를 세우고 가꾸면 혜택은 도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간다.
경북 정체성의 뿌리는 ▷호연지기를 키워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정신 ▷고매한 사상으로 도의를 실천했던 올곧은 선비정신 ▷수많은 국난 속에서 불굴의 투지를 보여줬던 호국정신 ▷절대가난을 떨치고 근대화의 선봉이 되었던 새마을정신 등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경북 정체성은 우리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규정한 정체성을 느끼지 못하고 외부인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면서 "누구나 공감하는 경북 정체성의 이름을 짓고 대내외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 정체성은 바로 우리 경북의 브랜드이고 그 혜택은 브랜드의 주인인 도민이 누릴 것"이라면서 "경북도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도청 시대…대구경북은 한뿌리
오는 2014년은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경북으로 이전하는 해인 동시에 경상도가 개도한 지 700년이 되는 해이다.
경상도라는 명칭은 고려 충숙왕 원년인 1314년부터 부르다가 조선 초기까지 이어졌다. 경상도라는 명칭은 경주와 상주에서 각각 '慶'과 '尙' 한 자씩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경북은 그동안 찬란한 역사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왔다. 관할구역과 도청소재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경북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약해진데다 정체성마저 흔들렸다고 한다.
또 수도권으로부터 비교적 먼 거리에 위치해 시대조류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고 중국 부상에 따른 서남해안 편중 개발로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고 있다.
경북도는 도청 이전은 단순한 소재지 이동이 아닌 새로운 경북 정체성 확립과 미래발전의 신기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청 이전지인 안동'예천지역은 유교와 신문화 등 민족문화의 중심지이다. 정신문화의 고장에서 도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경북 정체성의 재확인과 새로운 정립으로 경북 대화합과 대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경북도청 이전으로 대구와 경북의 결속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뿌리가 같은 한가족이다. 경북이라는 터전 없이 대구가 발전할 수 없고 대구란 거점도시 없이 경북 또한 발전할 수 없다는 인식을 재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진환 영남유교문화진흥원 원장은 "2014년 경북도청이 이전하면 대구와 경북은 결속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구와 경북은 뿌리가 같은 만큼 서로에 대한 동질성을 확인해보는 운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