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지주 덩치 전쟁…점유율 높이려 적극적 융합

업계, NH농협 신경분리 촉각

금융지주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금융 인프라 확충을 통한 금융 포트폴리오 강화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금융 융합(Financial Convergence) 전략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거래소는 우리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3곳의 금융지주사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모두 타 금융회사 인수와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금융지주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동양생명 인수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하나금융지주는 미국 내 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것으로 설명하면서도 '검토 중'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BS금융지주의 경우 그린손해보험 인수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재무서류 검토 수준에서 인수를 위한 접촉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몸집 불리기는 지난해부터 잇따른 대형 금융업체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올해는 농협의 신경분리(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 분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한편 현대차그룹 계열 금융회사의 또 하나의 계열사로 녹십자생명이 입성했기 때문이다.

농협의 경우 NH카드, NH생명, NH투자증권, NH캐피탈을 비롯해 업계 4위를 자랑하는 수신금고, NH농협은행(가칭)까지 조직적 고리로 연결돼 있어 상당한 금융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금융회사들도 큰 덩치를 자랑한다. 업계 2위의 현대카드, 현대증권, 현대캐피탈에 녹십자생명까지 새 식구가 되면서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사정이 이렇자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금융 인프라 구축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2008년 4월 LIG생명보험을 인수한 뒤 영국계와 합작해 우리아비바생명을 탄생시킨 바 있다. 이어 올해 다시 한번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동양생명 인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보폭을 더 넓히고 있다. 외환은행에 이어 제일2저축은행과 에이스 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인수, 그리고 미국 내 은행까지 인수해 다양한 금융통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BS금융지주도 지난해 프라임저축은행과 파랑새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은 손해보험사 인수 시도였다.

이 같은 몸집 불리기는 결국 경쟁자를 견제하면서도 각각 금융 자회사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깔려 있다.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만큼 손쉬운 수단은 없다는 것.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미 5천만 국민 모두가 금융 소비자일 정도로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작은 파이를 좀 더 나눠 선점하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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