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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남편과 생이별 40년…한국판 '미스 사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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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참전 문경 박홍길 씨 현지 가족 눈물의 상봉

좌로부터 박홍길 씨의 딸 우희 씨, 박 씨, 부인 응엠티엠, 손자 및 외손자들. 고엽제전우회 문경시지회 제공
좌로부터 박홍길 씨의 딸 우희 씨, 박 씨, 부인 응엠티엠, 손자 및 외손자들. 고엽제전우회 문경시지회 제공

월남전에 참전했던 병사가 현지 여성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 끝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전쟁 후 함께 귀국하지 못해 생이별했다 최근 40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해 화제다.

1968~1973년 주월 백마부대에서 근무했던 박홍길(66'문경시 산양면) 씨는 45년 전 베트남의 한국음식점에서 카운터를 보던 응엠티엠(62) 씨를 만나 사랑을 나누다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결혼식을 올렸다.

박 씨는 미군이 철수하던 1973년 당시 3살이던 딸 우희 양, 배 속에 선업 군을 가진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민간항공편을 예약했다. 하지만 전쟁 중 항공사 사정으로 부인과 딸은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군 수송기에 몸을 실었던 자신만 귀국하게 돼 생이별을 했다. 가족들의 예약 비행기표만 2개월 후 환불돼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후 연락은 끊기고 말았다. 고향 문경으로 돌아온 박 씨는 뒤에 재혼을 했지만 베트남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평생 가슴앓이를 해왔다.

박 씨는 그동안 자신이 적국 군인이었기 때문에 월남에 두고 온 가족들이 혹시나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고, 행여나 TV에서 베트남 소식이 나오면 볼륨을 높이기 일쑤였다.

어느덧 70을 바라보게 된 박 씨는 더 이상 주저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아내와 자식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이달 초 무작정 베트남으로 향했다. 박 씨의 사연을 들은 전우 김호건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문경시지회장과 이원재 씨가 동행했고, 안동보훈지청과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의 협조를 얻어 당시 아내와 살았던 나트랑시를 비롯해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한 끝에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박 씨는 이달 12일 베트남에서 아내와 딸 우희(42) 씨를 40년 만에 상봉한 데 이어 아들 선업(2009년 교통사고 사망) 씨의 부인 느리(33) 씨, 손자 2명(12세, 8세), 외손자 2명(23세, 16세) 등도 함께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박 씨는 당시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아들이 3년 전 37세 때 교통사고로 사망해 2명의 손자를 남겨 놓았다는 비보를 접하고 기구한 운명을 탓해야만 했다. 결국 박 씨는 며느리와 라이따이한 손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박 씨는 "처갓집 근처에 성당이 있었는데 없어졌고 동네가 밀림으로 변해버린데다 전쟁 때문에 현지 관공서 자료도 남지 않아 아내의 행방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한국 아내가 이해를 해줘 고맙다"며 "40년 전 아내와 자식들은 데려올 수 없었지만 대신 손자와 며느리는 데려올 수 있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박 씨와 동행했던 김호건 회장은 "상봉 순간은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며 "박 씨가 혼자 한국으로 떠나려 하지 않은 사실을 현지 가족들이 알기 때문에 모두들 박 씨를 얼싸안고 울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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