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아버지 평생 담을 쌓아 올리는 동안

세상의 끄트머리에는 자주 격문이 나붙었다

마루 끝에 서서

목 하나 만큼 발을 곧추세우고 밖을 살폈다

물결이 더 세게 다가왔다 스러져가고

환한 그늘이 깔린 뒤란에는

비가 내리곤 했다

대추나무 감나무 아래서

아령을 들고 키를 키운 만길이 형은

어느 봄날

한 여자의 담장이 되어 떠나고 나는

감나무 가지에 올라

붉은 격문이 팔랑거리는

알록달록한 세상의 하체를 보았다

거기도 달이 지나는 길과

새들이 찍고 가는 울음의 무늬들

촘촘히 박힌 누운 담이

물 치는 마을을 뺑뺑 돌고 있다

김만수

우리들 삶의 구체적인 현실을 시로 보여주는 김만수 시인의 작품입니다. 이 시에서는 담을 통해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네요. 그래서 짧은 성장소설처럼 읽힙니다.

담이란 자주 격문이 나붙는 험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이런 담을 쌓지요. 만길이 형도 그런 아버지 역할을 할 나이가 되자 새로운 담을 쌓으러 떠나간 것이고요.

담은 늘 그 너머의 세상을 궁금하게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늘 발을 곧추세우고 밖을 기웃거립니다. 그러나 깨달은 것은 세상이란 겹겹의 담으로 둘러싸인 곳이란 사실. 성장은 바로 이런 담을 하나씩 넘어서 나아가는 것이겠지요. 새가 알을 깨고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 앞에 담이 있다는 것은 아직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의미겠지요.

시인.경북대교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대한 육사총동창회의 반발이 이어졌다. 총동창회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8'의 역대급 사전예약에 힘입어 구미에서 열린 '2026 갤럭시 런칭 페스타 with 구미' 행사에는 200여 명이 ...
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인구 방어선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구미시는 40만명 방어선 붕괴 위기를 겪고 있고, 고령군은 인구 3만명 회복을...
필리핀에서 중국인이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전력망 사업에 개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은 로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