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청춘, 90 환갑, 100세 인생'
건강하고 오래 인생을 즐기는 현대인을 찬양하는 말 같지만, 평범한 서민들에게 이처럼 부담스러운 '말'도 없다. 어느덧 눈앞에 닥친 정년퇴직, 노후자금 마련, 733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 등 말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추가로 모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게다가 "일이 재미없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막연한 미래 때문에 불안감이 커져간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고민이 많은 청장년층을 괴롭힌다.
누구나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겠지만, 피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 평생 계속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한평생을 살아가며 맞닥뜨려야 할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뛰어넘어 한 길을 걸어온 최고령 프로페셔널 15인을 만날 수 있다.
60대에 인기 만화가가 된 '호빵맨'의 원작자 야나세 다카시(91) 씨. 그는 "지금 하는 일에 불만이 있다면 천직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호빵맨'이 그렇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편집자는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는 분이 왜 이런 걸 쓰셨어요? 지루하게. 더 이상 이런 작품은 쓰지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대 초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슈퍼맨이나 가면을 뒤집어쓴 영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도 작품을 쓰는 동안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까?" "내가 너무 내 생각을 많이 가미했다?"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호빵맨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80년간 커피 연구에만 몰두해 온 긴자의 명소 '카페 드 랑블'의 주인 세키구치 이치로(96), 진짜 음악을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독일에 건너가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 무로이 마야코(89), 수많은 유명 뮤지션을 매료시킨 전설적인 야이리 기타의 아버지 야이리 가즈오(78), 반세기 동안 숙련된 역량과 경험을 통해 수많은 술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술의 달인 츠구에다 유이치(84세) 등에서부터 음악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해서 노래하고 있는 103세의 성악가 가노 아이코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면을 보면 인생의 진수를 제대로 엿볼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은 살아가는 마지막 날까지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 때 오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각 분야의 최고가 된 그들의 삶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일의 장벽을 뛰어넘어 계속할 수 있는 지혜를 만나보자. 248쪽, 1만3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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