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비늘 묻은 지폐

비늘 묻은 지폐/최상희 지음/밝은 사람들 펴냄

46년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최상희 전 우리캐피탈 사장이 회고록을 펴냈다. 대구은행, 대동은행, 우리캐피탈 등 금융사에서 경험한 지역 금융산업의 궤적을 담았다.

250쪽 분량의 책은 인생의 여러 장면을 담은 에세이 성격이 진하다. 저자가 걸어온 인생 이력, 그러는 와중에 드러나는 한국 금융산업의 단면 등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가족의 글과 신문기사 등으로 쉬어가는 코너를 마련해 사람의 체취도 물씬 풍긴다.

책 속에는 대구은행 창립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1960~70년대 우리나라 은행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했고, 함께 울고 웃었던 기업과 이웃 등 고객들의 생활상도 담았다. 또 자신이 겪었던 시련과 재기에 성공한 과정, 금융인의 눈으로 바라본 지역의 생활상과 변천사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모든 것은 '발품'에서 판가름 난다"며 직장인에게 있어 부지런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경주의 산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과 대구에서 유학한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며 어떤 역사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난의 풍경, 전쟁의 실상, 대구경북의 옛 모습 등을 기록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70여 년을 숨겨온 눈물과 사랑, 삶의 무게 또한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최 전 사장은 "다 털어놓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홀가분했지만 이내 허전함이 찾아왔고, 새로운 것을 채워야겠다는 욕구가 다시 일었다"며 "이처럼 인생은 결코 멈춰 있지도, 정리해 버릴 수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한 노인의 삶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정길 대구예술대 총장은 서평에서 "숨기고 싶을 아픔까지도 꾸며진 수사(修辭) 없이 투박하고 진솔하게 잘 그려낸 가슴 뭉클한 회고"라고 평했다. 249쪽, 1만2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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