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이 진화를 넘어 첨단화되고 있다. 예전에 '사랑방' 기능만 해왔던 경로당이 각종 정보교환과 다양한 취미활동, 봉사활동, 공동작업장 등 어르신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대구시내 1천353개 경로당 중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몇 곳을 찾아봤다.
8일 오후 3시 대구 서구 감삼공원 내. 주황색 조끼를 입은 30여 명의 어르신들이 양손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공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청소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다.
서구 웰빙경로당의 '웰빙노인자원봉사단'(회장 장다연·78) 소속 어르신들이다. 이곳에서 만난 박영순(73) 어르신은 "집에 있을 때보다 바깥으로 나와 봉사활동을 펼치니 건강도 좋아지고 깨끗해진 거리를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 봉사단은 매주 2회씩 자연보호운동을 펼친다. 쓰레기 치우기, 거리 바닥 껌 떼기, 어린이 놀이터나 공원 내 정자 청소 등 어르신들의 손길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러한 어르신들의 노력으로 감삼공원은 시민들의 안락한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감삼공원을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꽃밭천국으로 꾸미고 있다. 어르신 스스로의 힘으로 모종을 심고, 물도 주고, 풀도 매며 가을이면 꽃씨를 받아 어린이 자연학습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장다연 회장은 "감삼공원을 우리의 힘으로 잘 가꿔 어린이 자연학습장뿐 아니라 사진작가의 명소인 '포토 존' 만들기 등 명품 웰빙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출근길 거리 캠페인도 전개했다. 지난해 7월 5일부터 9월 4일까지 61일 동안 매주 화·목요일 두 차례에 걸쳐 유동인구가 많은 출근 시간인 오전 7시 30분~8시 30분까지 1시간씩 육상대회 붐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봉사단 어르신들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비옷과 어깨띠를 두르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를 통해 시민과 하나 되는 보람과 함께 어르신들이 지역사회 사랑 실천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감삼공원 팔각정에서 홀몸노인 및 공원에 모인 노인들과 함께 송편을 나눴으며, 10월에는 노인자원봉사단원 20여 명이 산에서 도토리를 채취해 정성껏 마련한 도토리묵을 홀몸노인들에게 나눠주며 정을 나눴다.
어르신들의 사회환원 운동도 감동적이다. 쇼핑백 접기 등 공동 작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경운중학교에 장학금(30만원)으로 전달했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어르신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번 돈을 청소년을 위해 선뜻 내놓아 세대 간의 훈훈한 정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웰빙경로당 장다연 회장은 모범노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누렸다.
한편 이 경로당은 서구웰빙건강증진센터에 위치해 있어 어르신들의 건강 검진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서구웰빙센터 박지선 주무관은 "어르신의 혈압 체크, 체성분 검사, 체력 측정을 통해 맞춤형 운동 처방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내 2층 교육장에서는 실버건강교실을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하고 있다. 마침 이곳을 찾았을 때 강사의 구령 아래 어르신들은 환한 웃음을 띠며 건강 체조를 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매주 세 차례 골다공증 예방 및 스트레칭 운동, 우리춤 실버댄스, 웃음치료, 기공체조, 명상, 한방교육, 사상체질 진단 등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다지고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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