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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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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성형외과 전문의)
이경호(성형외과 전문의)

칼(?) 쓰던 동방마검(성형외과의)들이 죽어 천국에서 딱 걸렸다. 꾸중 듣고 매 맞고 쫓겨났다. 지은 죄가 너무 많지만 그중에 칼질한 죄가 가장 엄중하단다. 한국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얼굴을 하도 뜯어고쳐서 일일이 원본대조하느라 천국 일손 안 돌아가게 한 죄란다. 위조도 교묘해서 진본을 가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나,

할 수 없이 지옥 갔더니, 거기도 길게 줄 서 있었다. 찜질방 만들어낸 한국사람들이 '와 별로 안 뜨겁노' 라며 웃는 바람에 리노베이션 들어갔단다.

문득 깨닫는다. 가장 예쁜 건 자연 그대로인 거다. 그렇다면 사람도 자연 그대로가 제일인데, 전 국민 성형시대에 한몫한 나는 어쩌나.

그동안 수없이 맘속으로 수술이 잘되도록 애썼다. 여자의 인생이 걸린 문제다, 또는 예쁘면 다 용서된다, 내 맘에 들 때까지, 환자가 거울이 필요 없을 때까지 등등의 이유를 만들며, 수술하다 죽자는 각오로 끙끙거리며 노력했는데, 끙!

수술은 멋지게 되었으나, 내 힘으론 안 되는 것이 환자 스스로의 표정이다. 삶이 표정에 다 나타난다.

공자께서도 지도민수(地道敏樹)라고 하셨다. 나무를 보면 그땅의 모든 걸 조그만 것이라도 다 알 수 있다고.

난 요즘 내비게이션 꺼진 느낌이다. 아버님 그리고 장인어른, 의지하던 두 분 모두 천국 가셨다. 내 얼굴은 가끔 영 아니고 감출 수 없다.

스스로 수위 조절한다고 '우울이란 마음의 독감 같은거다'또는'근심은 진화의 결과물이다, 근심 걱정이 없었다면 호랑이한테 맘 놓고 있다 다 멸종됐을 거다'아니면 더 뻔뻔하게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사피엔스 아니던가?"

위안해 보지만, 성형외과의사 얼굴이 왜 그래? 지옥에도 안 받아줘. 그러니 억지로라도 웃는 표정을 지어야지,

우리는 행복하거나 우울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게 얼굴에 다 나타난다. 가끔 거짓표정을 지어도 금방 뒤집힌다.

진정 웃을 때(파안'破顔)는 모든 근육이 다 움직인다.

그러니 월드베스트인 우리 엄마들은 척 보고 아이마음을 다 안다. 거짓말 안 통한다. 표정이 답지다.

대구인을 한번 보자. 얼굴형은 큰 차이 나지 않는다. 계측상으로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숫자 차이도 모기눈물만큼이다. 대부분이 북방남방 두 유전자 조합이고, 큰 키, 가는 뼈, 흰 피부, 비교적 얇은 입술, 잘 발달한 가운데 얼굴. 무표정한 조합이지만 이 얼굴형은 웃기만 하면 너무 예쁜 얼굴이 된다. 그러니 대구 사람들은 웃어야 한다. 표정이 얼굴을 이기도록 말이다. 게다가 전혀 예산이 들지 않는다. 참 좋기도 해라~.

그림자 벗 삼아 골목길 벗어날 때쯤 동네 꼬추녀석들이 뛰며 키득거리는 소리는 듣기 좋다. 소녀들 수줍은 눈 스침도 좋다. 어느새 나도 자연스레 미소를 띤다.

지성무식(至誠無息'지극한 성은 쉼이 없다)으로 해 보자. 웃으며 으차! 천국 가는 마일리지 미소를 쌓자. 대구에서 제일 많이 가도록 해보자.

이경호(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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