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더미(Dummy)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하나의 얼굴

하나의 직업에 종사한다

센서로 꽉 찬 내부는

그대와 흡사한

질량과 가속도와 비례와 비릿한 석유의 자식

정면충돌 측면충돌 후면충돌 공중충돌…

희생과 좌초의

다양한 충돌 실험에도

일체 비명 따윈 지르지 않는다

유리를 산산조각 내며 튕기거나 박살나도

말끔히 포장되는

남자 더미 여자 더미 임산부 더미 태아 더미 더미 더미 더미들

나의 동공에서

영혼 따위를 읽는 자는 없지만

절대 죽지 않는

한번쯤, 울고 싶은

몸뚱이

  강신애

현실과 환상이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시를 보여주는 강신애 시인의 작품입니다. 더미(dummy)라는 실험용 인체모형을 통해 사람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을 대신하여 수없이 파괴되는 더미들에서 "한번쯤, 울고 싶은/ 몸뚱이"를 생각하는 일은 우리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이겠지요.

'맹자'에 보면 공자님의 말씀이 나오지요. 순장에 쓰일 나무 인형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천벌을 받아 후손이 없을 것이라는 말씀. 인간을 닮은 인형을 흙에 파묻어버릴 생각을 한 것이 잔인함 그 자체라는 것이지요. 나무 인형 하나 만든 것도 잔인한 것이거늘, 부수고 깨트리기 위해 실험용 더미를 양산하는 우리는 얼마나 인간으로부터 멀리 와버린 것인지요.

시인·경북대 교수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시장 후보 공천 신청을 한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정치적 보답을 강조하며, 혁신과 세대교체를 촉구했다. 한...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증권사 사장단과 함께 자본시장 개혁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며, 4대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
인천의 한 회사에서 여성 직원의 유니폼에 체모를 뿌린 50대 임원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A씨는 반복된 불쾌감과 체모 발견 후 홈캠...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