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속담의 교훈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정작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거름 지고 장에 가는 큰 이유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하면 대체로 맞다는 이유 때문이고, 낭패를 보더라도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당하면 왠지 덜 억울하고, 비난도 적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뒤에 이 말은 반박을 받았다.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에 생각이 가능하다, 즉 사고를 결정하는 것은 존재다'는 논리가 나온 것이다. 어쨌거나 이 두 가지 정리는 나름대로 모두 의미 있다.
적어도 생각하는 존재는 거름을 지고 장에 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거름을 지고 장에 가는 큰 이유는 스스로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귀찮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는 꽤나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때때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가령 내가 속한 집단의 전반적인 의사에 반하는 의사를 표명하려면 확실한 논리를 갖춰야 한다. 논리를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생각이 필요하다. 더구나 내 논리가 합리적이라고 해서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비난의 눈초리를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묻고 따져서 판단하고 내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내가 속한 집단의 일반적 인식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한미 FTA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인식은 집단논리의 맹목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사회에는 세대별로, 지역별로 견고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특정 지역, 특정 세대에서는 특정 정당이 언제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지역마다 세대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으니 이런 현상을 다양성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특정 지역, 특정 세대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색깔이 없는 것일까. 어째서 일색이 되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이념을 지지하는 것일까. 그들은 충분히 생각한 다음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옛 농부들보다 현대인들은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 그러나 높은 교육과 다양한 정보가 합리적인 판단의 근거는 아니다. 각 지역의 몰표가 이를 방증한다. 거름을 진 농부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든 현대인 역시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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