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형제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한 '세 자루의 화살'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아버지가 임종 직전 세 아들을 불러 모아놓고 각자 한 자루의 화살을 부러뜨리라고 명했다. 자식들이 어렵지 않게 대나무 화살을 꺾어버리자, 다음에는 세 자루의 화살을 한 번에 부러뜨리라고 명했다. 그 누구도 화살을 부러뜨릴 수 없는 것을 지켜본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한 자루의 화살은 약하지만 세 개를 묶으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너희들도 마음을 하나로 합치면 다른 사람들에게 꺾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일본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국시대 무장이었던 모리 모토나리(毛利元就'1497~1571)와 세 아들이다. 젊은 시절 모토나리는 가독 계승에 반대하는 이복동생을 붙잡아 할복시킨,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었기에 아들들에게 이런 교훈을 내려줬는지 모른다. 지어낸 이야기라는 설도 많지만, 형제간의 결속과 단합을 강조하는 교훈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작은 호족에서 몸을 일으킨 모토나리는 전투, 암살, 매수, 혼인, 협박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영지를 크게 넓힌 희대의 모략가였지만, 그가 죽은 뒤에도 아들들과 후손들은 서로 협력해 가문의 위세를 높였다.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엠블럼에 '세 개의 화살'이 그려져 있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산은 일본말로 셋(三)이란 뜻이고 프레체(frecce)는 이탈리아어로 화살이란 뜻이다. 히로시마는 모토나리 당시의 본거지였다.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전국시대 무장인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1534~1582)도 가독을 계승하기 위해 친동생을 죽인, 비정한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동생 노부카쓰를 자신의 성으로 유인해 죽여버렸고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비단 일본뿐이겠는가. 조선 태종과 광해군도 권력을 위해 형제를 살해했다. 우리 주위에서도 유산 때문에 형제가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얘기는 흔하다.

한국에서 현대적 의미의 최고 권력은 바로 재벌이다. 대를 이어가며 사회 경제적인 지위를 누리며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두산가에 이어 삼성가에서도 형제간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돈과 권력이 무엇이기에 형제간에 원수보다 더 심하게 싸우는지 모르겠다. '권력과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상황을 지켜보자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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