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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허공을 향해 중얼중얼-김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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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은 달은

어둠이 키운 고래가 삼킬 수도 없는 상한 음식

상차림이 아주 간소하여 허공의 제사는 간결하겠다

사육당한 구름이 사육당하지 않은 구름에 의해

허공 밖으로 끌리고 있다

준비된 죽음이 없듯

준비 없는 내일로 오늘밤은 불안하다

제사가 있는 날은 그래도 축제의 기분으로 자정을 건널 수 있지만

검은 나무의 수척한 표정을 살피며

밑동에 한동안 쪼그려 앉아 보는 게 그나마 위안

허공을 향해 중얼중얼

언제부터의 습관인지

마치 망인(亡人)과 스스럼없이 오늘 낮의 사소한 얘기를 주고받듯이

기러기가 도망치듯이

육신을 빠져나온 영혼이 이탈하는 소리를 듣다

상한 달을 덥석 삼키고

괴로워하는 고래.

뇌우(雷雨)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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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마흔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충규 시인의 작품입니다. 섬세한 감각으로 세상의 아픔을 보듬는 시를 남겼는데, 아마 이 시가 마지막 작품일 듯합니다. 시인은 원고료 대신 농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쌀 몇 부대를 보내주곤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 저로서는 빚진 마음이 많습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듯 시의 구절마다 지친 삶이 묻어납니다. '준비된 죽음이 없듯'이라는 구절에 이르니,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시인이 떠올라 읽어나가기가 힘듭니다. 이 순수한 시인을 이제 못 보는 것은 그가 "사육당하지 않은 구름에 의해/ 허공 밖으로" 문득 떠났기 때문이라 생각해 봅니다.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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