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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아, 어처구니가 없다/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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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을 돌리려는데 아, 어처구니가 없다

오래 쓰지 않아 마루 밑에서 나무로 된 손잡이가 삭아버린 것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으니 손잡이인, 그 어처구니가 없으니

그냥 돌덩이뿐이구나 무거운 돌덩이만 덩그러니 놓여 있구나

갑자기 쓸쓸해진 파장의 가설무대 같구나

맷돌의 옆구리에 박혀 마치 척추처럼 돋아 있던 그것

손때 묻어 닳고 닳아 반들반들 윤이 나던 그것

어진 짐승처럼 부드러운 표정이면서도 뿔처럼 단단하던

그 어처구니가 없으니 척추 같았던 그 손잡이가 없으니

돌은 돌로 되돌아가고 외계 같은 황량함만 남는구나

콩을 갈아 손두부를 만들던 국수를 만들던, 돌이

마치 둔부처럼 둥그렇게 포개져 있던, 그 두 개의 돌이

이제 체위도 잊어버린 청맹과니 같은 눈빛을 하고 있구나

메밀 같은, 딱딱한 껍질의 날곡도 부드럽게 분말로 만들어주던

저작이 끊겨버렸으니

돌의 용광로에서 이글거리던 불길이 꺼져버렸으니

밑바닥 삶을 처연하게 보여주며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김신용 시인은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보여주어 감동을 주곤 합니다. 이번에는 맷돌을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를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맷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돌덩이에 지나지 않지요.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 그래서 어처구니가 없는 것입니다.

시인은 맷돌을 통해 진정한 가치가 사라진 삶 역시 황량한 돌덩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삶을 삶답게 만들어줄 어처구니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이글거리던 불길이 꺼져'버린 싸늘한 용광로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요.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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