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성진(34) 씨는 2009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경험했다. 당시 사는 게 힘든데다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함을 한창 느끼던 때였다. 여행도 가고 술도 많이 마셨지만 그런 심적 문제들이 풀리지 않았고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체험학교에 참여한 것. 효과는 좋았다. 이 씨는 "2박 3일간의 체험학교를 통해 영혼에 대한 갈증이 많이 해소돼 삶의 활기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매일 아침과 저녁에 하는 기도 시간을 통해 마음이 평안해지는 걸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일반인들에게 수도원 생활을 맛볼 수 있게 하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원장 이형우 아빠스)의 '수도생활 체험학교'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전국 수도원 가운데 가장 먼저 운영된 왜관 수도원의 체험학교는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었고 이에 자극받아 다른 수도원들도 앞다퉈 체험학교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10년 동안 꾸준한 인기
수도원 체험학교는 2002년 탄생했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영적 체험을 갈망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성서모임 열풍이 불 때였다. 왜관 수도원은 그런 분위기를 인지하고 그해 2월 '젊은이들을 위한 기도모임'(1박 2일)을 시작했고 그해 여름 기도모임과 수도생활을 접목해 전국 수도원 가운데 처음으로 체험학교를 개설한 것이다. 이후 체험학교는 매년 2차례(여름'겨울) 열리며 젊은이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었다. 고등학생~만 32세를 대상으로 하는 체험학교는 지금까지 2천600명이 거쳐 갔다.
왜관 수도원 박진형 신부는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수도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면서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심심찮게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체험학교 이수자들은 체험 이후에도 '베네딕도의 벗들 기도모임'이라는 동호회를 통해 매달 한 차례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지금은 젊은이 학교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가족 등 다양한 종류로 확장됐다. 특히 봄과 가을에 진행하는 가족 체험학교가 인기다. 박 신부는 "이 체험을 통해 가족애를 새삼 느끼고 평소 서로 나누지 못했던 생각들과 대화들을 자연스레 나눌 수 있어 가족 단위의 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피정, 노동체험 등 프로그램 다양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2010년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기간이 늘었다. 체험을 진행하면서 기간이 다소 짧다는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 체험학교는 4일 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참가자들은 수도자들과 매일 5차례 성당에서 기도와 미사를 바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아침과 저녁에 명상 시간이 있고 오전과 저녁 시간에 수도생활과 관련된 특별 주제 강의가 마련된다. 전례와 영성, 성도 등 3가지 주제를 매회 돌아가면서 강의한다.
첫째 날은 입회식과 수도복 착복이 있고 둘째 날은 간단한 손노동을 통해 노동의 참 의미를 깨닫고 음악피정을 통한 치유와 화해 프로그램을 갖는다. 노동체험의 경우 과거에는 밭갈이나 성물 제작 등을 했으나 올해부터는 친환경비누 만들기 등 환경생태와 관련된 간접 노동체험을 마련한다. 셋째 날은 조별로 공동 렉시오 디비나(성독'聖讀)와 성화(이콘) 그리기 체험, 친교의 밤이 마련된다. 넷째 날은 참석자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그룹별 대화를 통해 마무리한다. 박 신부는 "체험학교를 통해 개인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소를 확인하는 한편 수도원이 일반인들에게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왜관 수도원은 수도생활 체험학교 1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26~29일 열리는 제34차 수도생활 체험학교와 별도로 8월 10~12일 역대 체험학교 참가자와 그 가족을 초청하는 '베네딕도의 벗들캠프'를 개최한다. 054)97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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