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이석기 국회제명은 안 된다

여야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정국이 정상적으로 흐르듯이 사회도 우익과 좌익이 조화돼야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지난 총선 이후 대다수 국민들에게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 통합진보당 얘기를 꺼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당원 숫자와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세력은 극히 미미하지만 이들이 바로 서야 진보진영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개혁의 기대를 안고 이번 주 통진당에 강기갑 신임 당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17, 18대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눈에는 '공중부양' 강기갑이라는 강성 이미지 일색이었는데 당 내분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온건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19대 원내 진입에 실패한 그는 자칫 국민들의 뇌리에서 완전히 잊혀질 뻔했다가 '이석기' '김재연'이라는 특별(?)한 인물들 덕분에 새롭게 등장했고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신임 강 대표 체제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이석기'김재연 두 사람에 대한 당원 제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실'부정경선을 주도해 당을 낭떠러지로 떠민 직접적인 책임이 이들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당법상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현역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민주통합당과의 선거공조를 통해 13명이라는 국회의원을 만들어낸 통진당은 오늘(18일) 의원 워크숍과 내일 의원총회를 통해 제명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구당권파에 속하는 의원이 6명이나 있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당원들이 강기갑 체제를 출범시켰다는 것은 물의를 일으킨 이석기'김재연에 대한 제명을 추인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당원의 뜻을 받드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통진당이 그들을 제명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국회에서 이들에 대한 제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9대 개원협상을 타결하면서 이들의 (제명) 처리를 다루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국회의 월권과 안하무인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양당의 의석이 277석으로 제명에 필요한 3분의 2를 훌쩍 넘기니 이를 추진하면 가결이야 되겠지만, 남의 집에서 발생한 싸움을 두고 옆집 사람들이 그 집의 주인 자격이 있나 없나를 따지는 꼴이 된다. 양당의 태도는 국회와 정당을 혼동하는 일이다. 법의 판단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이 선택한 권리를 국회가 짓밟는 격이다.

국회가 임기 중에 발생한 의원 윤리나 자질이 아니라 의원이 되기 전의 행적을 두고 자격을 심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부실'부정 경선에 대해선 통진당 신'구당권파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회가 어떻게 진위를 가릴 수 있는가. 입증 책임은 검찰과 법원에 넘겨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두 사람을 종북주의자로 낙인찍어 제거하려는 시도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 약자들을 사상 검증을 통해서 재단하려든다면 더 큰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국가관이 다르다고 퇴출시키려는 것은 또 다른 매카시즘이다. 과거 반체제 활동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한둘인가.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두 사람의 의원직은 법적으로 유효하다.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이 세를 믿고 그들을 제거하려는 것은 다수에 의한 정치폭력이 될 수 있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라고 믿는 그들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더욱이 당원이 국민 위에 군림한다고 인식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의 세금으로 그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을 볼 마음 역시 없다. 누구보다 더 빨리 그들이 의사당에서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아무리 부실'불량덩어리라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법에 의해 뽑은 국회의원이다.

그들은 자진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들로 인해 땅에 떨어진 진보세력의 신뢰도를 생각하면 절벽에서 떠밀어버리고 싶다는 인사들도 많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 이석기가 저지른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는 여러 가지 드러나고 있다.

사회는 한쪽 바퀴로만 굴러 갈 수는 없다. 우익은 물론 좌익도 건강해야 한다. 보수에 대한 협력과 견제 집단으로 튼실한 진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책무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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