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구미국가산단의 아이티파크 재도약

영국의 트래포드 파크는 1896년 조성된 세계 최초의 산업단지이다. 이 단지는 1950년대까지 전기, 기계, 건축, 군수산업 분야의 기업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제조업 집적지였으나, 1960년대에 들어 전통 제조업의 쇠퇴와 도시 과밀화로 기업들의 역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그 성장세는 급속히 쇠퇴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트래포드 개발공사(TPDC)를 설립, 1986년부터 10여 년에 걸친 도시재생과 투자유치 노력으로 1천여 개의 기업을 신규 유치하고, 2만8천여 개의 신규 일자리와 3조2천억원 규모의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다양한 형태의 산업부지 및 지원시설 공급과 함께 기존 건물의 경관 개선을 통한 지역 이미지 제고, 환경친화적 개발방식 도입, 지역사회와의 교류 확대, 그리고 정부기관, 기업, 지역단체 등 다양한 지역 혁신주체 간의 협력 채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메카로 수출성공 신화를 일궈낸 구미국가산업단지 역사도 반세기가 가까워져 왔다. 그간 구미단지는 산업의 집적 이익과 함께 IT 중심의 내륙 최대 전자수출단지로서 우리나라 경제의 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해 왔지만, 질적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여러 가지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무엇보다 대량 생산체제에 적합하게 조성된 산업단지는 R&D 역량이 취약한 단순 생산집적지로서 기업 지원 인프라, 물류, 지식기반서비스 등 기업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고 교육, 문화 등 배후시설이 분리돼 고급기술인력의 확보가 곤란해 장기휴폐업 부지가 발생되는 등 지역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에 젊은이들은 산업단지로의 취업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으며, 현장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구미단지를 회색빛 이미지로 고착시키고 나아가 실제 기업을 경영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단지 조성 당시에는 당장 생산과 수출을 확대시켜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지상과제였으므로, 근로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회색빛 공장지대로 인식되던 산업단지를 이제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3터(일터, 배움터, 즐김터)로 만들기 위해 QWL(Quality of Working Life'근로생활의 질)이 보장되는 신산업공간으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먼저 지난해 10월 산업단지 브랜드를 강화하고 근로자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구미아이티파크(Gumi IT Park)로 이름을 바꾸는 선포식을 가졌다.

또 장기 휴폐업 부지를 활용해 중소기업에 새로운 산업용지를 제공, 첨단업종으로의 산업을 고도화시키고 각종 지원시설 개선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및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현안으로 남아 있던 장기휴폐업 부지인 11만 평 규모의 구 대우전자 부지를 지역 전략산업 중심의 첨단업종으로 집적화해 산업입지를 새롭게 공급하는 산학연융합단지 조성사업은 기존 1단지 내 전무한 녹지, 공원구역을 과감히 5% 이상 수준으로 조성해 근로자들의 쉼터 공간을 확보하고, 담장 및 울타리를 없애는 등 오픈스페이스(Open Space)가 확보되는 쾌적한 일터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QWL밸리 랜드마크 사업으로 기대가 크다.

향후, 동 부지에는 기업체만 최소 65개사가 입주하고, 직간접적으로 8천 명의 고용 창출은 노후화된 산업단지가 새롭게 디자인되는 구미IT Park로의 도약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사회의 기대와 우려속에 구미 QWL밸리 시범사업은 나름의 성과를 창출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더욱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신뢰와 협력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우리나라는 산업단지를 통해 경제성장을 실현해 왔고 오늘날에도 국가와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구미IT파크로의 성공적인 재도약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이다. 영국의 트래포드 파크가 성공적인 구조고도화로 성장하기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지자체, 기업들의 관심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 구미아이티파크(Gumi IT Park)의 재탄생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김장현/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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