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화장실 인심은 아주 박한 편이다. 공중화장실도 돈을 내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런던은 어떨까?
처음 런던을 방문한 비영어권 취재진이나 관광객들은 런던을 화장실 천국이라고 말한다. 길을 걷다 보면 쉽게 'TO LET'이라는 간판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Toilet'(화장실)에 알파벳 'i'자가 빠진 거겠지 하고 급한 마음에 들어갔다간 낭패를 보게 된다. 'TO LET'은 화장실을 알리는 간판이 아니라 '월세 있음', 즉 점포를 내놨다는 뜻이다. 당연히 볼 일은 못 본 채 눈총을 받으며 나와야 한다. 외국인들이 흔히 겪는 실수담이다.
다행히 런던은 다른 유럽 국가 도시들보다 화장실 인심이 후한 편이다. 경기장이나 무료 박물관, 펍, 패스트푸드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대부분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지 인근 식당 등은 공동 화장실을 마련해 두는 경우가 많은데,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보통 20~50펜스 안팎인데 우리 돈으로 300~9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지하철 화장실도 모두 공짜가 아니어서 일부 역에서는 청소부가 화장실 앞에서 돈을 받기도 한다.
런던이 낯선 이들이 겪게 되는 또 하나의 실수담은 무지개 마크가 새겨진 간판을 보고 건물에 들어갔다가 당황해 황급히 나오는 일이다. 무지개 마크가 의미하는 것은 '동성애자를 환영한다'는 표시. 물론 동성애자만 손님으로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동성애자를 평등하게 대우한다는 뜻인데, 아무래도 동성애자들이 몰리는 장소인 만큼 낯선 풍경들이 목격된다.
영국은 10여 년 전만 해도 동성애자들이 억압과 폭력 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두들겨 맞거나 곁눈질을 당하는 일이 많았는데,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우가 우리나라보다 더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불평등이 없어져 동성애자 간 부부의 연을 맺는 게 법으로 보호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유럽의 동성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려한 옷과 분장으로 치장해 런던 시내를 걷는 'GAY Parade'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린다고 한다. 무엇이든 관광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인을 불러모으는 런던. 과연 런던시가 한 해 거둬들이는 관광수입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면서도 부러운 일이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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