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년만의 금 돌아온 '효자'…김현우 그레코로만형 66kg급 우승

8일 새벽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 한국 레슬링의 끊긴 금맥을 찾아 나선 김현우(24)의 오른쪽 눈은 팅팅 부어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부상에 시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용맹한 전사처럼 상대를 압박하는 힘이 있었다.

1라운드. 1분 30초 동안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받게 된 파테르 자세에서 완벽한 수비를 펼치며 1점을 따내 1라운드를 승리한 김현우는 2라운드에선 화끈한 공격을 펼쳐 파테르 공격을 얻어낸 뒤 타마스 로린츠(헝가리)의 파울을 유도, 2라운드마저 가져왔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펼쳐 놓고 큰 절을 올렸다.

힘든 훈련을 버텨낸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김현우가 한국 레슬링의 금맥을 8년 만에 런던에서 찾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올림픽사를 든든히 지켜왔던 레슬링은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정지현(29)이 그레코로만형 60㎏급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효자종목에서 이름을 빼야 했다.

레슬링의 침체는 베이징올림픽 노골드 수모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금메달을 단 한 개도 따내지 못하는 추락을 맛봐야 했다.

명예 회복이 필요했던 레슬링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정지현(그레코로만형 60㎏급)이 8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아제르바이잔의 하산 알리예프에 0대2로 패해 4강행이 좌절됐다.

어두운 구름이 드리울 찰나, 김현우가 한국 레슬링의 명운을 걸고 매트를 밟았다. 김현우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메달을 땄고, 지난해 말 올림픽 본선이 열리는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치러진 프레올림픽에서 우승하며 모의고사를 잘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현우는 하루 최소 7시간 이상 매트 위를 구르며 비지땀을 흘려 왔다.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는 "나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지독하게 연습과 훈련을 반복했다.

그렇게 준비한 올림픽을 빈손으로 갈 순 없었다.

8강까지 순탄하게 올랐던 김현우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티브 귀노(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고비를 맞았다. 귀노의 파테르 공격에 몸통이 돌려지며 2점을 내줬고, 1라운드를 뺏겼다.

2라운드를 따내지 못하면 결승행이 좌절되는 위기의 순간, 김현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파테르 공격 때 점수를 따내며 2라운드에 승리했다. 내친 김에 3라운드까지 접수한 김현우는 결승티켓을 손에 넣었다.

큰 고비를 넘자 금메달은 오히려 수월했다. 타마스 로린츠를 세트 스코어 2대0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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