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얼마 만이던가. 최근 끝난 SBS TV 주말극 '신사의 품격'의 '최윤팔' 김민종(40)은 멋졌다. 장동건, 김수로, 이종혁과 함께 여심(女心)을 흔들었다.
김민종은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등 최근에도 열심히 활동을 했다. 하지만 전성기 때만큼 부각되지 않았다. '신사의 품격'은 달랐다. 김도진(장동건), 최윤(김민종), 임태산(김수로), 이정록(이종혁) 등 '꽃신사' 4인방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김민종 역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김민종은 이번에 김은숙 작가를 만나면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저를 김종민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드디어 제 이름을 찾았죠(웃음). 한 번은 홍대에서 촬영하는데 10대 친구들이 구름같이 몰려오더라고요. '김민종, 윤이 오빠'라고 이름을 불러주고 환호하는데 감동을 받았어요. 다들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 사진 찍는데 뿌듯했다니까요. 예전에 가수 활동할 때 느낌이랄까? 행복하더라고요."(웃음)
김민종은 캐스팅될 때 김은숙 작가로부터 '최윤'과 '이정록' 등 두가지 캐릭터를 제의 받았다. 그는 전작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 코믹한 연기를 했으니, 이번엔 진지한 역할을 하고 싶어 최윤을 골랐다.
"윤이를 하고 싶었는데 '정록이를 해야 한다면 잘할 자신도 있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작가님이 '민종 씨가 윤이를 하는 게 맞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종혁이가 윤이를 하면 안 어울리잖아요. 제가 정록이로 결정되면 종혁이가 윤이로 가는 건데 아무래도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물론 종혁이만의 윤이가 탄생했겠죠. 하지만 운명적으로 다들 자기 캐릭터를 잘 만난 것 같아요."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전개 과정에서 나타났던 윤과 메아리(윤진이)의 가슴 아픈 사랑은 시청자를 울렸다. 최윤은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최윤 바라기'를 했던 메아리를 가장 친한 친구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모질게 내쳐야 했다. 최윤은 아내와 사별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김민종은 "최윤은 외형적으로만 보면 고뇌하는 인물"이라며 "가슴 아픈 과거가 있어 어두운 캐릭터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PD님이 밝고 재밌게 하라고 요구해 1, 2회 때는 혼란스러웠다"고 초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답게 밝고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아픈 과거가 있어도 그 인물이 항상 우울하고 어둡진 않기 때문이다. 또 그의 곁에는 밝고 통통 튀는 메아리도 있으니까.
그는 윤진이와의 호흡에 대해 "처음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친구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밖에 없더라"며 "초반에는 긴장을 바짝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당당해졌고 밝게 메아리를 표현해줌으로써 편안함을 느꼈다. 윤과 메아리의 매력을 잘 살리고 예쁘게 잘 해준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김민종은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을 넘겼다. 최윤을 연기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도 했을 것 같다. 그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며 "하고 싶다가도 결혼이 억지로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하고픈 마음은 있다"며 "얼마 전 임창정 씨가 '한밤의 TV연예'에 나와서 아이들 사진 꺼내서 보고 좋아하는 걸 본 적 있는데 부럽더라. 하지만 결혼이 혼자 애써서 되는 건 아니다"며 웃었다.
드라마에서는 17세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여자를 선택하기보다 친구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상황은 100% 이해한다. 친구에게 무릎을 꿇고 부탁하는 것도 "그런 상황이라면 무릎 꿇는 것도 약하다"고 강조했다. 또 "드라마처럼 어린 친구가 다가오면 모를까 먼저 호감을 표하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흡을 맞춘 윤진이에게서는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호감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귀엽고 예쁜 동생 같아요. 데뷔 작품을 저와 같이 했으니까 오래 봤으면 하는 친구예요. 끝나고 고맙다고 연락이 왔는데, '네가 잘 못했으면 시청자들에게 정말 내가 쳐 죽일 놈이 됐을 텐데 애절하게 잘해줘서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더라'고 오히려 고마운 말을 건넸어요."
어떤 장면을 최고로 꼽을까. 김민종은 최윤의 생일파티 장면을 언급했다. 메아리가 생일 축하를 해주러 왔는데 "늦었으니 집에 가라"는 태산의 손에 이끌려 나가는 메아리를 잡고 최윤이 태산에게 "그 손 놔"하는 신이다. "내가 나온 장면을 보면서 '멋있다'라고 느낀 게 별로 없는데 이 장면은 정말 멋있었어요. 그 장면은 여러 각도에서 이틀 밤을 새면서 찍었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너무 잘 나왔어요."(웃음)
1988년 영화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로 데뷔, 가수 활동도 병행했던 25년차 배우. 자신이 2000년에 불렀던 '아름다운 아픔'이 '신사의 품격'에 삽입됐다. 오랜 만에 그의 노래를 들은 팬들은 좋았고, 나이 어린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앨범 발매 계획은 아직 없다. 그는 "음악을 향한 갈증이 있지만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는 모르겠다"며 "앨범을 내면 책임감을 갖고 활동을 해야 하는데 아직 자신감이 없다"고 했다.
김민종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해보였다. 동년배 김은숙 작가를 만난 것도 좋고,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지만 장동건, 김수로와 더 친해진 것 같아 즐겁다. 처음 만난 이종혁도 좋다. 그는 "'신사의 품격'을 통해 정도 깊어진 것 같고, 좋아하게 됐다"며 "정말 우정이 오래 갈 것 같다. 다들 서로 똑같은 마음"이라고 웃었다.
김민종은 "이 작품을 통해 인생이 바뀐 것 같진 않지만 삶을 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며 "이제까지 연기생활을 하며 1997년 드라마 '머나먼 나라'에서 한수라는 역할을 한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신사의 품격' 또한 그럴 것 같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윤이도, 작품도 기억날 것 같다"고 좋아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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