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4차로 도로가 나면서 반가운 손님은 안 오고, 엉뚱하게 도둑부터 들끓고 있어요."
신작로 준공 이후 도둑이 설치면서 농심(農心)이 멍들고 있다. 고추 등 농작물은 물론 비닐하우스 농사에 필수적인 전선마저 마구 훔쳐가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방범용 CCTV 설치를 원하고 있지만 관할 기관은 다른 지역에서도 설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대구 동구 서호동, 동호동, 수성구 매호동으로 이어지는 금호강변로 주변 비닐하우스 농가들은 최근 들어 절도범 공포에 떨고 있다. 올 6월 왕복 4차로의 금호강변로가 개통되면서부터다.
4일 오전 7시 깻잎 수확을 위해 비닐하우스를 찾았던 농민 이모(65) 씨는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섰다 깜짝 놀랐다. 밤새 켜져 있어야 할 형광등이 모두 꺼져 있었고 전선은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주변 비닐하우스 모두 마찬가지. 이 씨는 이날 비닐하우스 10개 동, 총 길이 1㎞에 이르는 전선을 모조리 도둑맞았다.
이 씨는 "깻잎 등 특용작물은 꽃이 필 시기에 개화를 막기 위해 밤새 형광등을 켜둬야 하는 데 큰 낭패"라며 "전선에 든 구리를 노리고 훔쳐간 것 같은데 농작물 가격 손해가 훨씬 크다"고 울상을 지었다.
문제는 이 지역의 도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이곳 농민들은 "10일 전쯤에도 이 씨의 비닐하우스 주변 300m 지점에 있는 비닐하우스 역시 전선 절도범의 표적이 됐다"며 "보름 전쯤 동호동에서는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고추 70㎏가량이 통째로 도둑맞았다"라고 말했다.
이곳 농민들은 새로 생긴 금호강변로에 마뜩찮은 눈길을 던지고 있다. 이전까지 둑길이었던 길이 신작로가 되면서 도둑들이 농작물을 훔치고 도망가기 편해졌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말도 무리는 아니다. 역시 금호강변로와 가까운 수성구 매호동 농민들도 절도범을 막기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청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을 정도다.
농민들은 "지난해에도 전선을 훔치는 경우가 있었지만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전선까지는 손대지 못했다"며 "신작로가 생기면서 도둑부터 들끓고 있는데 70세가 넘는 나이에 조를 짜 불침번이라도 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길이 생겼음에도 방범 대책이 없는 것과 관련해 관할 동구청과 동부경찰서는 "올해는 이미 방범용 CCTV 설치 장소를 정해놓은 상태라 어쩔 수 없다"며 "동구 지역에 CCTV 설치를 요구하는 곳이 50곳이나 돼 설치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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