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밤마다 교통몸살…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가보니

범어네거리∼만촌네거리 학원 99곳 밀집…오후 10시 불법 주정차로 아수라

18일 밤 대구시 수성구청~만촌네거리 학원 밀집 지역에서 자녀를 태우러 온 학부모 차량들과 학원 차량들이 1, 2차로에 걸쳐 이중 주
18일 밤 대구시 수성구청~만촌네거리 학원 밀집 지역에서 자녀를 태우러 온 학부모 차량들과 학원 차량들이 1, 2차로에 걸쳐 이중 주'정차해 교통 흐름이 정체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8일 오후 8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도시철도 2호선 수성구청역 주변. 학원 셔틀버스들이 달구벌대로의 가장자리 차로에 줄지어 정차해 있었다. 수성구청~범어로데오거리 입구까지 양쪽 가장자리 차로를 점령하고 있는 셔틀버스는 줄잡아 30여 대나 됐다. 한 학원의 셔틀버스 운전기사 A(55) 씨는 "차량이 커서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없고 학원생들이 수업을 마치면 바로 태우기 위해 가차로에 10분 정도 정차한다"고 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학원버스 상당수는 학원 앞 도로에 1시간 이상 차량을 세워놓고 학원생들을 기다렸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수성구청역 근처에 있는 한 대입재수학원 주변은 학원에 다니는 자녀를 데리고 가려는 승용차와 학원 셔틀버스로 가장자리 차로가 완전히 점령당했다. 학부모 B(46'여) 씨는 "불법 주'정차인 것은 알지만 가까이 차를 댈 만한 곳도 없고 먼 곳에 주차하면 공부 때문에 피곤한 아들이 더 피곤할 것 같아 할 수 없이 학원 앞 도로에 주'정차한다"고 말했다.

달구벌대로 범어네거리~만촌네거리 구간이 이 일대 학원의 셔틀버스와 학부모 승용차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차량은 이중 주차로 달구벌대로 양쪽 가장자리 한두 차로를 점령,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이 구간에 밀집된 학원 수는 99곳으로 이들 학원이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최소 100대에 이르고, 학원생과 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까지 합칠 경우 학원 관련 유동인구가 하루 1만명에 이를것으로 추산된다.

◆학원가 불법 주'정차 실태

이날 오후 9시 45분쯤 일부 학원 앞에 학부모들이 차량을 이중 주차했다가 경찰 순찰차가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계도 방송을 하자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근 한 상가의 C(50) 씨는 "매일 밤 학부모들의 불법 주'정차 차량과 경찰과의 숨바꼭질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학원들의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주변 도로는 학생들을 태워가는 셔틀버스와 학부모들의 차량, 달구벌대로를 지나가는 차량들이 한데 뒤엉키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U턴 구간 주변은 이중 주차한 학부모들의 차량 때문에 U턴을 방해, 교통 정체를 더욱 부추겼다.

또 가장자리 차로에 정차해 있던 버스와 승용차가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며 출발하는 바람에 지나가던 차량들은 급감속을 하거나 차로를 바꾸면서 교통 흐름을 크게 방해했다. 일부 차량은 경적을 울리면서 급제동하거나 빠르게 지나가 사고 발생 위험까지 높았다.

교통 체증은 오후 10시 20분쯤 돼서야 풀렸다. 이 구간을 지나던 운전자 박정훈(41'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이 시간대만 되면 학원가 차량이 유발하는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원'구청'경찰 대책 마련 고심

대구 수성구청과 수성경찰서, 학원들은 최근 '교통 소통 특별대책 간담회'를 갖고 교통체증 해소 방안 마련에 나섰다.

우선 학원은 학원 차량 운영과 관련해 ▷정차 시 원칙적으로 가차로 한 차로에 10분 대기 ▷장시간 대기 차량은 수성구청이나 구민운동장, 범어복개도로 범어성당 주변 등 분산 대기 ▷학생 승'하차 시 반은 학원 앞, 나머지 반은 달구벌대로 반대 측 이용 등 교통 혼잡 줄이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5~10분 간격으로 수업 종료 등 학원 수업시간 조정으로 차량 분산 ▷학원 차량 6대 이상 대형학원 8곳 상호 협의 ▷학부모 이중 주차금지 협조문 발송 ▷학부모 대기 차량 편의 제공을 위한 건물부설 주차장 임차 등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학부모에겐 이중 주차를 원칙적으로 금지, 100~200m 정도 걷기 운동을 유도하는 한편 인근 건물 부설 주차장이나 수성구청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협조 요청할 계획이다. 구청과 경찰도 혼잡시간대 불법 주'정차 계도 및 단속에 나서는 한편 부설 주차장 임차 시 협조하기로 했다.

수성구청 한 관계자는 "구청과 경찰, 학원은 제시된 해소 방안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반기별 간담회를 통해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