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차가운 사랑-정세훈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차가운 사랑이

먼 숲을 뜨겁게 달굽니다

어미 곰이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

새끼를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에 왔습니다

어린 새끼 산딸기를 따 먹느라 어미를 잊었습니다

그 틈을 타 어미 곰

몰래 새끼 곁을 떠납니다

어미가 떠난 곳에

새끼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놓였습니다

버려야 할 때 버리는 것이

안아야 할 때 안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는 그 길이

새끼 앞에 먼 숲이 되어 있습니다.

탯줄을 끊어 자궁 밖 세상으로 내놓던

걸음마를 배울 때 잡은 손을 놓아주던

차가운 사랑이

먼 숲을 울창하게 만듭니다

시인은 무엇에서든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참된 시인은 모시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 모든 것을 선생님으로 모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슬쩍 귀띔해주는, '배워서 남 주는' 사람입니다.

이 시인은 곰에게서 고귀하고도 감동적인 '차가운 사랑'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으로 하여금 스스로 독자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놓아줘야 할 때 놓아주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차가운 사랑'이야말로 너무나 힘들기에 그만큼 높은 사랑입니다.

시인·경북대교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대한 육사총동창회의 반발이 이어졌다. 총동창회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8'의 역대급 사전예약에 힘입어 구미에서 열린 '2026 갤럭시 런칭 페스타 with 구미' 행사에는 200여 명이 ...
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인구 방어선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구미시는 40만명 방어선 붕괴 위기를 겪고 있고, 고령군은 인구 3만명 회복을...
필리핀에서 중국인이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전력망 사업에 개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은 로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