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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窓] 王의 길, 사랑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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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에서는 신라 때의 대표적인 길 두 곳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신문왕 호국행차탐방길'과 '서(西)남산 가는 길'이 그것이다.

경주시가 2009년 문헌과 각종 유적, 고증을 통해 옛날부터 존재했던 이 두 길을 재발굴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뜻과 취지가 길의 명칭으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 경주시가 붙인 이 길의 이름은 사업명일 뿐, 고증에 의한 본래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르다. 두 길 모두 사업의 목적을 알리기 위해 경주시가 임의로 지은 이름이다.

신문왕 행차 길은 월성에서 안압지, 황복사지, 모차길, 용연, 기림사 등을 지나 문무대왕 수중릉에 이른다. 이 길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에 등장하며, 신라 56왕들이 정치와 군사 무역 행정을 총괄했던 신라의 주 도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주시는 이 길을 조성하면서 신문왕과 아버지 문무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이유로 단순히 '신문왕 행차 탐방길'로 정했다. 이 길에 수많은 군왕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신문왕 한 분만의 길로 정해놓았다. 이 같은 경주시의 생각이 알려지자, 경주국립공원은 산길 곳곳에 '신문왕 행차 탐방길'로 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덕대학교 신상구 교수 등이 이 길을 '왕(王)의 길' 또는 '신라 왕의 길'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역사에 근거한 스토리텔링까지 만들었다. 이 이름을 경주시가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또 하나는 '서남산 가는 길'이다.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이름이다. 필자는 지난해 매일신문에 이 길을 소개하면서 '사랑의 길(러브로드)'이라고 불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월성에서 남산으로 가는 이 길에 신라인들의 불꽃 같은 사랑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 있었고,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의 사랑, 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의 사랑, 김유신과 천관녀의 사랑, 김춘추와 문희의 사랑, 바람난 어머니를 위해 개울에 돌을 놓았다는 효불효교의 이야기, 설씨녀와 가실의 변하지 않는 사랑이 이 길을 통해 이뤄졌다. 굳이 '사랑의 길'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좋다. 우리들이 정겹게 부를 수 있고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이름이면 충분하다.

경주시는 이 두 길을 제주도 올레길, 청송~영월의 '외씨버선길'처럼 명물 길로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그 이름의 중요성이 더해진다. 고증과 역사를 통한 제대로 된 복원은 후손들의 몫이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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