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되려면 더 쳐야죠."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는 한국시리즈에 앞서 최우수 선수(MVP)가 되겠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시즌의 부진을 털어내고 반드시 팀 우승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일종의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었다.
24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최형우는 대선배 이승엽이 홈런을 치는 모습에 많이 부러웠다. 그러나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환호의 손을 치켜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차전이 열린 25일 대구시민야구장. 최형우는 3회 두 번째 타석을 앞두고 타석 박스에서 SK 선발투수 마리오의 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나 둘 셋' 리듬에 맞춰 연습 배팅을 했다. 다행히 2사 1, 2루서 박석민이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가 됐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은 최형우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리오가 던진 네 번째 공이 바깥쪽으로 약간 높게 들어왔다.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 하는 경쾌한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홈런임을 직감했다. 공은 우중간 펜스를 그대로 넘어갔다. 1루 베이스를 돌 때 전날 선제 결승 홈런을 친 이승엽처럼 오른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2대0에서 6대0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보탠 최형우의 한 방으로 삼성은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 홈런은 시즌 중 기대 이하로 부진했던 최형우의 고충을 털어내는 한 방이었고, 또 삼성의 만루 홈런 한(恨)을 풀어내는 홈런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서 만루 홈런은 딱 두 번 나왔다.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OB 김유동이 만루 홈런을 터뜨렸고, 2001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김동주가 만루포를 쏘아 올린 게 전부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이 허용한 것이었다. 최형우의 이 홈런으로 삼성은 팀 처음이자 한국시리즈 사상 세 번째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팀이 됐다.
최형우에겐 지난해 홈런왕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던 올 시즌의 부진을 씻고 거포의 존재를 알린 귀중한 홈런이었다.
최형우는 "한국시리즈에 나서면서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공이 펜스를 넘어갈 때 너무 오랜만에 홈런을 친 느낌이었다.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올 12월 1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최형우.'피앙세'에게 바칠 선물로는 이 홈런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시리즈 첫 안타를 만루 홈런으로 장식한 최형우는 2차전 MVP에 뽑혔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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