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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 정자 안보인다, 천연기념물 측백나무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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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도동 측백나무숲 허가없이 가지치기 작업…세 그루 과다하게 잘라내

대구 동구 도동 천연기념물 1호인 측백나무숲의 측백나무 세 그루가 잘린 모습. 측백나무숲에 가린 구로정을 잘 보이게 하려는 게 이유였다. 잘린 측백나무. 구로정. 대구 동구청 제공
대구 동구 도동 천연기념물 1호인 측백나무숲의 측백나무 세 그루가 잘린 모습. 측백나무숲에 가린 구로정을 잘 보이게 하려는 게 이유였다. 잘린 측백나무. 구로정. 대구 동구청 제공

천연기념물 1호인 대구 동구 측백나무숲의 측백나무 세 그루가 무단으로 잘렸다. 나무를 자른 이유가 황당하다. 측백나무 때문에 산 중턱에 있는 정자가 잘 보이지 않아 잘랐다는 것이다. 관할 동구청은 숲을 관리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과다하게 잘라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동구청은 천연기념물의 현상을 변경할 때 신청해야 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임의로 가지치기를 했고 이것이 문제 되자 뒤늦게 문화재청에 허가 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이 숲을 관리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올 9월 18일 숲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측백나무 세 그루의 상단줄기 3분의 2 이상을 잘라냈다. 주변 숲과 비교해도 나무 높이는 현저히 낮아져 1~1.5m 높이가 됐다. 1962년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된 대구 동구 도동 측백나무숲은 1천 그루가 넘는 측백나무가 있다. 그중 세 그루가 잘린 것이지만 측백나무 숲과 같은 천연기념물의 경우 특정한 이유로 나무를 베고자 할 때는 반드시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동구청은 이 절차를 밟지 않고 무단으로 자른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청 관계자는 "일부러 잘라낸 게 아니라 가지치기 과정에서 생긴 일이며 용역업체도 나무가 다시 자라는 데 지장이 없도록 방부약제를 바르고 사후조치를 취했다"면서 "특히 숲 유지보수 사업 기간 동안 경미한 가지치기 등은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할 수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 나무가 다소 많이 잘린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측백나무 숲 같은 천연기념물 중 식물 군락의 경우 간단한 가지치기와 잡목 제거 등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지만 나무를 자를 때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측백나무숲의 문화유산 해설사가 나무 때문에 정자인 구로정이 잘 보이지 않아 설명하기 힘들다며 잘라달라고 해 동구청이 이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일 오후 문화재청과 대구 동구청은 현장 실사를 거쳤다. 측백나무가 잘려나간 것과 구로정의 관계에 대한 경북도 문화재 전문위원의 자문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잘린 측백나무들이 고사할 정도는 아니며 내년에 꽃이 필 정도로 생육에는 지장이 없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역사성이 있는 구로정과 측백나무숲을 조화롭게 보이기 위해 구로정의 지붕이라도 보이게 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많아 숲 유지보수 사업 기간 중에 나무 일부를 잘라냈다"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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