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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황제 어가 지나간길, 대구은행 사거리? 수창1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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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청 70억원 들여 조성…고종 연구용역과는 달라 논란

대구 중구청이 내년부터 3년간 70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순종황제 어가(御駕)길'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어가길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전국 순행 중 대구를 찾아 다녀간 길이다. 순종은 1909년 1월 2일 대구, 청도, 마산 등 남쪽 순행을 결정, 닷새 후인 7일 순행의 첫발을 대구에서 딛고 청도, 마산을 지나 12일 다시 대구를 찾아 대구역에서 북성로를 지나 지금의 달성공원까지 갔다. 이 길이 '순종황제 어가길'로 부활하는 것.

중구청은 어가길을 골목투어를 잇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 9월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도시활력증진지역 공모에 선정돼 국비 35억원과 지방비 35억원 등 총 70억원을 투입하는 어가길 조성사업의 닻을 올리게 됐다. 2015년까지 북성로와 인교동 우현서루, 수창초교 인근에는 역사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공원과 거리 갤러리가 조성되고 보행 환경이 개선될 예정이다.

중구청은 어가길을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과 연계해 대구만의 독특한 역사문화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순종이 다녀간 어가길이 3년 전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어가길과는 다른 엉뚱한 길이라는 것이다. 순종의 어가길은 당시 일본 언론인이었던 카와이 아사오(河井朝雄)가 쓴 '대구물어'에 '순종이 정토종 광명사(光明寺) 앞을 지나 공원으로 갔다'고 나와 있다.

논란의 핵심은 순종이 어느 길을 통해 달성공원까지 갔느냐다. 중구청은 올 9월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사업' 선정을 알리면서 '순종이 북성로에서 지금의 수창1길을 따라 수창초교와 삼성상회를 지나 달성공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2009년 '순종황제 어가길 역사적 고증과 활용방안 연구' 용역 결과와는 전혀 다른 길이다. 연구에서는 '순종은 북성로를 따라 대구은행 사거리를 지나 달성공원으로 갔다'고 제시돼 있다. 3년 사이 순종이 다녀간 길이 바뀐 것.

이처럼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순종이 순행을 나선 1909년 당시 지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발견된 어가길이 포함된 지도는 1907년 지도와 1912년 지도뿐이다. 1907년 지도에는 원안만 그려져 있다. 1912년 지도에는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나타나 있으며 '임금이 다녀간 마을'이라고 해 지금의 수창동을 어행정(御行町)으로 표기했다.

어가길은 1909년에 순종이 어행정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지나갔느냐'(원안)와 '북쪽으로 지나갔느냐'(수정안)에 따라 바뀐다.

2009년 연구에 참여했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김일수 연구원은 순종은 지금의 북성로를 따라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남쪽 길은 예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길이었고, 순종이 온 12일은 장이 선 날이기도 하다. 순종의 순행 목적이 민심을 달래기 위했음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환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남쪽 길을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앞이라고 말하면 남쪽을 말한다. 광명사 앞을 지났다면 남쪽 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대구 도심 역사를 담은 책 '신택리지'에는 북쪽 길이 어가길로 표시돼 있으며, 광명사는 일본식 건물로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문이 나 있기 때문에 어행정 북쪽이 어가길일 수 있다"고 했다.

어가길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지만 중구청은 지금의 수창동인 어행정을 중심으로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을 계속 시행할 예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어가길에 대한 검토 공간이 너무 늦게 마련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논의의 장을 좀 더 확장해 어가길에 대한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 어가길을 복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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