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드로잉이란, 각자 다 다른 의미가 있다. 누군가에게 아이디어를 빠르게 기록하는 스케치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작품의 맛을 살짝 보기 위한 것이다. 남춘모에게 드로잉은 설치, 판화 못지않은 중요한 장르 중 하나다. 작가 남춘모는 그동안 전시하지 않았던 드로잉과 새롭게 선보이는 '점' 시리즈를 들고 전시를 연다. 2013년 1월 13일까지 갤러리M에서 선보이는 '점' 시리즈는 '선' 시리즈의 확장이다.
작가는 그동안 '선'에 집중해왔다. 많은 화가들에게 '선'이란 중요한 주제이자 숙제다. 남춘모에게 선은 어떤 의미일까. "동양화에선 '선'을 여백과 함께 생각해 공간을 만들었죠. 하지만 저는 선 그 자체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을 캔버스 위에 입체적으로 세워, 그 속에 공간도 만들고 그로 인한 그림자도 생겨났죠. '점' 역시 다르지 않아요. 점 자체에 집중해 그것을 입체로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그의 드로잉은 지독하게 노동집약적인 캔버스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종이 위에 치밀한 연필 선을 긋고, 거기에 점을 그린다. 흑연 덩어리로 그리는 점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때로 그는 설치작품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드로잉으로 옮기기도 한다. 드로잉은 그에게 중요한 화법인 것이다. 점 주변에는 흑연 가루가 그대로 떨어져 있다. 작품 행위에 따른 부산물을 종이 위에 그대로 살려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선과 점을 다루는 설치 작품도 선보인다.
독일 쾰른, 한국 청도에 각각 작업실을 두고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요즘 내년 전시 준비로 바쁘다. 작가로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무대와 미국 무대가 동시에 열린 것이다. 최근 독일, 프랑스, 스위스, 중국 전시에 이어 2013년에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독일 개인전이 연이어 열리는 것. 특히 뉴욕 전시에는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한꺼번에 선보일 예정이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독일로 갔어요. 고생도 정말 많았죠. 그동안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했어요. 그들은 오로지 작품만 보고 내 작업을 정말 좋아하더군요. 모든 것이 가볍게 흘러가는 요즘, 순수 조형적인 부분에 집착하는 제 작업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
작가로서 '꿈의 무대'에 진출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작가로서 변화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창기 작업에서 놓쳤던 부분을 다시 되돌아보게 돼요. 선, 점 작업을 모든 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모르죠. 예전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나중에 끄집어내서 새롭게 해석하고 싶은 작업도 있으니까요."053)740-992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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