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담배 사고 성인영화 보려…주민증 사는 10대들

인터넷서 1∼5만원 판매…10초면 되는 위·변조 기승

지난해 12월 7일 고교생 신모(18) 군은 대구 중구 동성로 3가 한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기 위해 태어난 해인 1994년을 1991년으로 바꾼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종업원이 주민증을 고친 사실을 알아차려 신 군의 주민증 변조 행위는 금방 탄로 났다.

12월 15일에도 중구 동성로 3가의 한 편의점에서 고교생 윤모(17) 군이 변조된 주민증을 가져와 담배를 사려다 적발됐다. 경찰 조사 결과 1995년생인 윤 군은 칼을 이용해 숫자 '5'를 지우고 그 위에 교과서에서 같은 크기의 숫자 '1'을 오려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종업원 김모(21) 씨는 "주민증에 칼로 긁은 흔적과 코팅된 자국이 있어 물어보니 변조 사실을 바로 인정했다"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윤 군은 "담배를 사거나 성인영화를 보려고 주민증에 찍힌 숫자를 바꾸는 일이 주변에서 많아 큰 범죄 행위가 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민증을 사고팔거나 변조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62명의 청소년이 공문서 위'변조 및 부정사용 혐의로 검거됐으며 2011년 15명, 지난해 19명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주민증을 사고팔고 있다. 기자가 포털 사이트에 '92년생 민증' '93년생 민증'이라고 검색하자, '주민등록증을 구한다'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기자가 "주민증을 팔겠다"고 연락을 하자 한 고교생(17)이 "4만원이면 어떠냐, 직거래만 가능하다"는 답장을 했다.

주민증은 인터넷에서 1만~5만원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중고카페'에도 '민증'이라고 검색하자 주민등록증을 사고판다는 내용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연령 제한이 있는 술과 담배를 사거나 성인영화를 보기 위해 주민증 위'변조를 한다"며 "훔친 주민증도 간혹 있지만 대개 비슷한 연령대 가족의 주민증이나 주운 것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증 숫자를 파내거나 비슷한 크기의 숫자를 붙여 바꾸는 주민등록증 변조도 청소년들이 나이를 속이는 방법 중 하나다.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증을 변조한 혐의로 붙잡힌 청소년은 16명으로, 이 중 1994년생 청소년은 12명에 달했다. 이는 주민등록증에 찍힌 '4'라는 숫자가 '1'로 바꾸기가 쉬워 1991년생으로 주민증을 변조하려는 청소년이 많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주민증 변조는 칼과 자와 같은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가능하다. 주민증에 찍힌 숫자를 칼로 몇 차례 긁으면 숫자를 쉽게 지울 수 있다. 주민증을 변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주민증을 매매하거나 위'변조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주민증 숫자를 바꾸는 것은 공문서 위'변조로 간주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증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처분을 받는다.

대구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주민증 변조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대다수다"며 "호기심으로 시작한 주민증 변조라도 심각한 범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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