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쑤시밤티(경상도 사투리로 곳곳에 옷가지와 책, 가재도구 등이 널브러져 있는 어지러운 상태)인데, 몸은 옴짝달싹하기 싫다. 이유는 간단하다. 춥고 귀찮다. 빨래조차 세탁기가 대신해 주지만 널기가 싫어서 태산처럼 쌓아두는 집도 적지 않다. 싱크대 역시 마찬가지다. 라면 식기, 커피잔, 밥그릇, 과일 접시 등은 켜켜이 쌓여서 '누가 나 좀 안 씻어주나'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1인 가구의 상황은 더 하다. 누구 하나 시키는 사람도 없고, 집안이 아수라장이 되어도 간섭하는 이가 없다. 오로지 1인 가구의 주인인 자신만이 큰맘 먹고, 집안 구석구석을 치워야 한다.
새해이기 때문에 발상을 조금만 전환하자. 뒷정리 없이 닥치는 대로 어지럽히고 내버려두면 내 한 몸 잠시 편할지는 모르지만 집안에 들어섰을 때 지저분한 마음이 정리되지도 않고, 생활도 게을러지고 만다. 집 안 청소 잘했다고 누가 상을 주지는 않지만 새해 벽두인 만큼 과감하게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정리해보자. 내 한 몸 잠시 불편하면, 집안 전체가 날 위해 환하게 웃어준다.
◆집 안 청소의 달인, '말라깽이'
'말라깽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 네티즌은 집 안 청소의 비법을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이 사이트(http://cafe.naver.com/sweetclean)를 찾아가면 새해 벽두 집 안 청소를 어떻게 구석구석, 요령 있게 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말라깽이'는 청소의 첫 시작을 환기라고 말한다. 환기란 청소 전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꿔주기 때문에 반드시 창문부터 열고 대청소를 시작해야 한다. 다소 춥더라도 집안의 탁한 공기를 밖으로 내보기 위해 참아야 한다.
다음 청소의 기본은 위에서 아래로. 장롱이나 냉장고의 경우 의자를 밟고 올라가 기다란 막대기나 봉을 이용하여 닦아줘야 한다. 긴 봉에다 키친타월을 돌돌 말아서 고무줄로 고정한 다음 쓱싹쓱싹 문지르면, 어렵지 않게 구석진 곳의 먼지를 닦아낼 수 있다. 키친타월에 분무기로 물을 살짝 적셔주는 것도 묵은 때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과자 부스러기 등은 핸디형 진공청소기를 이용하면 손쉽게 해결된다. 특히 거실 카펫에는 떨어진 실밥, 종잇조각은 깨끗하게 제거한 뒤, 탈탈 털어서 잠시라도 밖에 말려두는 것이 좋다. 만약 집안에 핸디형 진공청소기가 없다면 휴대용 물수건 등으로 바닥 구석구석을 닦아도 한결 청결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장롱 밑이나 소파, 서랍 밑은 로봇 청소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없어도, 대걸레용 물수건을 긴 봉에 감싸 구석구석 닦아내면 된다. '말라깽이'는 "조금 귀찮더라도 매달 한 번씩은 집안 대청소를 온 가족이 함께하면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등 먼지로 인한 병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결혼 7년차, 이수진 씨의 새해 집안 대청소
결혼 7년차, 딸 하나를 둔 이수진(34'회사원) 씨는 귀차니즘의 극치를 달리는 남편 때문에 골치다. 어디서 잡다한 것을 가져와 어질러 놓을 줄만 알았지, 한번 집 안 청소를 하는 법이 없다. 빨래는 물론 설거지도 도와줄 줄 모른다. 고작해야 주말에 딸아이를 데리고 놀러 나가는 것이 전부다.
이 씨는 새해 벽두에 남편 '개조'에 나섰다. 집 안 청소를 같이 하지 않으면 '각방 쓰기'를 선언해버린 것. 남편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1일 아침식사 후 하루 종일 아내와 함께 집안 대청소에 나섰다. 밀린 빨래와 함께 며칠 동안 싱크대에 남아 있던 그릇 씻기, 그리고 책장 정리를 했다.
이 씨는 이번 기회에 남편에게 청소하는 법을 단단히 가르쳤다. 화장실 변기 깨끗하게 닦기, 거실과 안방 등 창틀에 낀 먼지 제거, 옷장 정리정돈하기, 수건을 접어서 화장실 벽걸이 서랍에 넣어두는 법, 집안의 각종 상패와 장식품은 마른 물수건으로 반짝반짝하게 닦기 등.
아내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끝낸 후 가족 저녁 외식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함께했으며, 주말마다 집 안 청소를 하겠다는 다짐도 받아냈다. 남편도 "집 안 청소를 함께 하고 나니, 기분도 상쾌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아내의 고충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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