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를 기부문화 중심도시로] "손님 이름 단 아기돼지들 키웁니다"

매일신문·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명가착한한우' 정육점 주인 박중광 씨가 진열된 돼지저금통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판매 대금의 일부를 떼내서 손님의 이름으로 아기돼지저금통을 만들고 키워서 이를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을 유도해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다.

대구 동구 효목동 메트로시티아파트단지 내에서 '명가착한한우'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중광(40) 씨. 그는 지난해 5월 가게 문을 열면서 손님의 이름으로 아기돼지를 키우고 있다.

박 씨는 고객에게 가게 내 저금통 비치 및 사후관리에 대해 설명을 하고 판매대금의 3%(1만원당 300원씩)를 저금통에 모으고 있는 것. 저금통이 차면 고객의 동의를 얻어 연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쓴다.

공부하는 것보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박 씨는 군대 제대 후 일찌감치 정육점에 취직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근무 경력만도 15년이 넘는다.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해오던 박 씨는 올해 5월 지인의 소개로 아파트단지 내에 정육점을 인수했다.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없던 박 씨에게 정육점 개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천 가구 남짓한 단지 내에는 이미 정육점 4곳이 영업하고 있었다.

그는 이웃한 점포들과 차별화 전략으로 손님들이 잘 쓰지 않는 쿠폰과 마일리지 적립 대신 돼지저금통을 키우면 경쟁력을 갖추고 이웃도 도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는데 이게 적중해 어느새 아기돼지 230여 마리를 키우게 됐다.

박 씨는 벽면에 있는 진열장 가득 일련번호가 매겨진 돼지저금통을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돼지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투명한 저금통마다 가득 찬 동전들을 보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했다.

김혜경(45'주부) 씨는 "고기 질도 좋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려는 모습이 맘에 들어 오랜 단골집도 버리고 이 가게를 이용하고 있다"며 박 씨를 칭찬했다.

박 씨는 "돼지 저금통이 하나둘 늘어가고 배가 불러 더 이상 동전을 먹지 못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더 큰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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