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중진 "공약, 옥석 고르자" 한목소리

새누리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예산이 많이 필요한 일부 공약에 대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財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시급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공약을 버리는 등 '옥석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약은 가능한한 지키면서도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발전 방향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 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약의 정신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방향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나갈 것인가 하는 큰 방향"이라며, "공약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국정 운영에 부합되는 균형적인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램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자신의 책 '빅 아이디어 포 아메리카'에서 '선거 때 내놓은 정책을 다 집행하면 미국은 확실히 망할 것'이라고 썼다"고도 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기초노령연금, 군복무 18개월 단축,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대형 예산이 수반되는 공약) 이런 것들은 기존 편성된 예산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공약 이행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형 예산 공약들에 대해서는 출구전략도 같이 생각하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대형 예산 출구전략론이 나오는 이유는 국내외 여건상 경제 위기가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복지 공약을 무리하게 지키려하다 오히려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당직자는 "국내외의 경제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마당에 재원 마련이 불투명한 것을 무리하게 밀다가는 초가삼간 다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위 측도 대선 때 제시된 공약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중복되지 않은 지에 대해 분석'진단에 나서겠다고 밝혀 향후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인수위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의 현실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의 국정 비전과 국정 과제를 수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면서 "특히 공약과 관련해 개별 공약들의 수준이 서로 다른지, 중복되지 않은지,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분석 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