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주의 10계명'이라는 유머가 있다. 그중 몇 개는 읽고 음미할수록 더 재미가 있다. '내가 남의 말을 들으면 폭이 넓은 사람이고, 남이 남의 말을 들으면 줏대가 없는 것이다' '나의 침묵은 생각이 많은 것이고, 남의 침묵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요즘 정치 상황과 관련해 의미심장하게 보이는 것은 '내가 화를 내면 소신이 뚜렷한 것이고, 남이 그러면 고집불통이다'라는 유머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의 모습에 대해 '불통 이미지'라며 이런저런 소리가 들리고 있기에 그저 무심하게 보고 넘길 수 없는 유머다.
고집불통(固執不通)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조금도 융통성이 없어 자기주장만 계속 내세우는 일'이라고 돼 있다. 비슷한 말이 여러 개 있다. '독불장군' '옹고집'이 있지만 아주 속된 말도 있다. '꼴통'이 그것인데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우기는 사람'의 의미가 더 강하다. 하승남의 무협 만화에 '꼴통' 시리즈도 있지만 대부분 그 소리를 들을 경우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특정인이 '고집불통'이니 '꼴통'으로 지칭되고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쓸모가 없는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잘 아는 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보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토끼는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하고 낮잠을 잘 줄 아는 유연한 사고의 대표 주자이고 거북이는 시종일관 성실하게 일만 하는 고집불통 사고의 대표 주자이다. 그렇지만 최후의 승자는 거북이다. 고집불통은 속성적으로 은근과 끈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학자는 한 우물만 줄기차게 파고, 위대한 사상가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기에 역사책에 기록된 위인으로 남아 있다.
세상사가 그러하듯 '소신'과 '고집불통'은 동전의 양면이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만은 확연히 다르다. 유연한 사고와 열린 마인드가 있어야 국민을 설득하고 정적을 끌어안을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까지 '고집불통'의 이미지를 여러 번 보여줬다. 가까운 사례로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의 한 인사에 대한 믿음이 그러했다. 상당수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자신만은 맞다고 했다가 낭패를 봤다. 옛말에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는 것이 있듯 언제나 사물의 안과 밖은 다를 수 있음을 꿰뚫고 국정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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