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스스로 커야 할 때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구박(舊朴)의 숙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공신들이지만 과거와는 달리 논공행상(論功行賞)식 인수위원회 인선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여의도 경쟁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당선인의 원맨쇼가 대권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만큼 '당선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내다봤다.
현재 인수위에는 박 당선인의 대변인 격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비서실 정무팀장에,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이었던 유정복 의원이 인수위 취임준비위 부위원장에 있는 것을 빼고는 친박계 의원이 사실상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가 '개국공신'들로 채워지고, 이들이 인수위 인사에 관여하면서 알력싸움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달리 박 당선인은 청와대와 국회를 거친 정치인으로 건설 경제와 행정 경험만 있던 이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박 당선인의 '특사 파견'을 두고서도 "자리가 아닌 일꾼으로서 상(?)을 줬다"는 말이 있다. 이 대통령이 정두언 의원에게 비서실 '보좌역'이라는 없던 자리를 만들어 챙긴 것과는 달리 김무성 선대위 전 총괄선대본부장을 '중국 특사'로, 경제통으로 당선을 도운 이혜훈 최고위원을 '다보스포럼 특사단'(단장 이인제 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보낸 것을 두고서다. '공(功)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자리보다는 역할 위주로 사람을 쓰는 용인술은 변함없을 것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첫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전 후보 비서실장)이 최근 "지금 박 당선인 옆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측근이나 실세"라고 밝혔던 것도 박 당선인의 사람 쓰는 스타일을 두고 한 말이다. 2인자를 두지 않고 적재적소(適材適所)만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친박계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이전부터 박 당선인과 오랜 기간 함께 호흡해 오면서 차기 청와대행과 국무위원행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인연보다는 능력, 전문성 위주'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박근혜라는 색깔을 뺀 자생력과 경쟁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구박계가 안종범'강석훈 의원,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최외출 전 특보 등 신박(新朴)계에 번번이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박계가 당권을 노리고 '박근혜 정부'와 손발을 맞출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새 정부의 연착륙을 국회에서 돕고, 박 당선인의 울타리 밖에서 정치력을 키우기에는 당 지도부가 최적이란 판단에서다. 새로 생길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위원장과 소속 위원에 눈독을 들이는 의원들이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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