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슬림 청와대가 구태 혁파하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청와대 직제 개편안은 군림하는 청와대의 틀을 벗고 슬림한 청와대를 지향하면서도 국가 안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을 보좌할 청와대 조직은 싱글 여성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24시간 보좌할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그리고 인사위원회와 국정기획수석, 미래전략수석을 포함한 2실 9수석제로 단출하게 짜였다. 정치 쇄신을 열망하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조직을 선보인 점에서 일단 평가할 만하다.

제18대 정부의 출범을 앞둔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을 보면 박근혜 당선인이 우리 사회에서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듯하다. 현행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로 불리면서 권위적이던 청와대 비서실을 제자리로 되돌렸고, 위기감이 더해진 동북아 정세와 북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외교안보수석을 존치하면서도 국가안보실을 신설했다. 그만큼 국가 안위를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뜻이다. 쉬운 이름을 되찾은 청와대 비서실은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을 제치고 국정 현안을 쥐락펴락하는 월권행위를 일절 금해야 하겠다는 자세를 천명하는 듯하다.

그러나 비서실은 행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국정 운영 이슈를 채택하고 사전'사후 대책을 수립하는 데는 적극적인 모습을 띤 유능함을 지녀야 한다. 민생'약속'대통합 대통령을 천명한 차기 대통령의 보좌 역할을 충실히 하되, 단비처럼 국민들의 가려운 데를 때를 놓치지 않고 긁어줄 수 있는 민첩성과 현장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후속 인선이 중요하다.

철저하게 여론을 수렴하면서도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사안이라면 비판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할 것이다. 슬림해진 청와대의 박근혜 당선인이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와 맞물려 박정희 신화를 뛰어넘는 성공작을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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