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어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국판 토빈세(稅)'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외 투기자본의 단기 유출입 규제를 위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등 야당 의원 26명이 토빈세 도입 법안(외국환거래세법)을 발의한 적은 있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를 공식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빈세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1972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외화자금의 단기 유출입으로 인한 금융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투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나라 단독으로 토빈세를 도입할 경우 외국자금의 유입 감소로 자본시장이 축소될 수 있는 점을 들어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생각을 바꾼 것은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양적 완화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데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우리나라가 국제 투기꾼의 타깃이 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게다가 브라질과 이스라엘에 이어 최근 유럽연합(EU) 11개 회원국이 주식과 채권에 세금을 물리기로 하는 등 국제적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외환위기 때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국가적 재난을 경험했다. 이런 악몽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외국 투기꾼의 현금 인출기로 불릴 만큼 변동성이 큰 우리 자본시장을 안정시킬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토빈세는 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이다. 다만 자본시장의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투기자금의 유출입을 제어하면서도 자본시장의 활력을 해치지 않도록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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