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관자(管子) 이야기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이야기다. 관중(管仲, 이름 夷吾)과 포숙아(鮑叔牙, 鮑叔이라 하기도 함)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을 말한다. 두 사람이 젊은 시절 장사를 했는데, 관중이 이윤을 더 많이 가져가도 포숙은 다투지 않았다. 관중이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전장에 나가 관중이 도망갔으나, 포숙은 비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늙은 노모가 있어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 외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관중의 잘못이나 실패를 너그럽게 이해했다. 당시 제나라 양공이 포악하여 그 동생 규와 소백이 각각 노나라와 거나라로 피신하였는데, 규에게는 관중과 소홀이 보좌하게 했고, 소백은 포숙이 보필하도록 맡겼다. 그 후 왕위를 둘러싼 내란을 겪고 난 다음 소백이 왕위에 올랐다. 그가 제나라 환공이다. 환공은 포숙을 재상으로 임명하려 하였으나, 그는 친구 관중을 환공에게 추천하고, 환공 또한 관중이 자기를 죽이려 한 원수였지만 재상으로 임명했다.

그 후 40년간 관중은 환공을 도와 부국강병을 이뤄, 제나라를 일등국가, 즉 패자로 만들었다. 제나라는 중국 산둥반도에 있던 나라였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스승께 묻기를, 관중과 같이 갔던 소홀은 죽었는데, 관중은 재상까지 되었으니, 지조가 없는 사람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공자는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후의 패자가 되게 했고, 백성은 지금까지 그 혜택을 보고 있다. 만일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오랑캐의 침입을 받았을 것이다. 보통 사람처럼 의리를 지킨다고 죽어서 이름도 없이 시궁창에 버려지는 것과 어찌 비교가 되겠느냐"라고 답했다.

공자는 또 관중이 사치하고 예법을 모른다고 결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는 제나라가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고, 백성이 부유해져 생활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높았던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자는 공자 이전 150여 년 전에 태어난 사람으로 정치가로서 경세가로서 치적을 올려 공자'맹자 시대에까지 영향을 줬다.

그의 사상의 핵심은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하면 영욕을 알게 된다'는 슬로건과 같이 물질적 풍요가 국가 경영에 중요하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관중의 저술 외에도 그의 뜻을 이은 여러 사람의 논술이 한나라 초까지 더해져서 오늘날 보는 '관자'라는 책이 이뤄졌다. 76편 중 관중의 오리지널은 9편 정도이다. 맹자가 왕도의 핵심으로 백성의 경제를 강조했는데, 이 역시 관중 경세사상의 연장선에 있다. 이 책을 통하여 공자 이전 정치사상의 일면을 알 수 있고, 또 공자의 시서예악(詩書禮樂) 위주의 인문학 교육과의 차이도 알 수 있다.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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