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행복기금? 저소득층 300만에겐 '그림의 떡'

새 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책으로 내놓은 국민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를 연체한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을 50~70% 탕감해주고 나머지는 장기 분할상환토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하면 300만 저소득 가구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구의 상당수가 성실히 빚을 갚았거나 빚도 얻지 못하는 극빈층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형평성 논란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체 없는 100만 저소득 가구 상환 의욕 꺾일 듯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2012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지난해 기준으로 412만1천 가구로 추산된다. 가족 수를 고려해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가 안 되는 가구다. 이 가운데 금융 대출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구는 156만4천 가구다. 이 중 최근 1년간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는 49만7천 가구로, 이들 가운데 여러 금융기관에서 1억원 이하를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가구가 국민행복기금의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연체하지 않은 나머지 106만7천 가구다. 이들의 가처분소득은 72만3천원, 원리금 상환액은 71만8천원으로 외줄에서 한 번만 삐끗하면 채무 불이행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연체가 없다는 이유로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빚을 장기간 갚지 않는 사람은 원리금을 탕감받는 대신 성실히 빚을 갚아온 106만7천 가구는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채무 상환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대출도 못 받는 극빈층 200만 가구 대책 우선돼야

저소득층 412만1천 가구 가운데 대출이 없는 255만7천 가구도 문제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소득은 낮지만 빚을 내지 않는 가구와 빚이 필요하지만 소득과 신용 수준이 낮고 재무 상태가 부실해 대출을 거절당한 극빈층 가구가 섞여 있다. 전자는 소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대출이 없는 저소득층 255만7천 가구 가운데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가구가 204만4천 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이 없는 저소득층 가구는 월 가처분소득이 평균 57만원, 보유자산은 9천802만1천원에 불과하다. 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가구(69만7천원, 2억1천661만원)보다 소득과 자산이 모두 적다. 빚조차 얻지 못하는 절박한 계층이지만 국민행복기금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계층에게 지원된다.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행복기금 시행에 앞서 저소득층의 생계 대책을 우선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형평성 문제가 대두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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