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한 삶으로 사회 복음화 실천"…프란치스코 선택 배경

부유한 가정서 태어난 성인, 청빈하게 살아…가톨릭 부유한 이미지 쇄신

새 교황이 즉위명으로 택한 '프란치스코'는 그가 앞으로 중세에 활동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모범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프란치스코'라는 명칭이 갖는 의미를 두고 "소박하고 박애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 선출 직후 프란치스코가 "추기경단이 먼 곳에서 교황을 찾아내 내가 여기에 섰다"고 말한 대목도 겸손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황이 택한 '프란치스코' 즉위명은 그가 앞으로 가톨릭 교회를 이끌면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암시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3세기 이탈리아 중부의 마을 아시시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향락을 좇고 방탕하게 살다가 20세에 마음을 돌이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사유 재산을 버리고 청빈하게 살기로 결심한 그는 1209년 제자 11명을 거느리고 청빈을 목표로 한 '작은 형제들의 모임'이라는 최초의 수도회를 설립했다. 이어 아시시의 성녀 클라라에게 권유해 여수도회(클라라수녀회)를 설립하게 했다.

자애로운 인품과 여러 가지 기적을 보여줘 그의 사후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가톨릭 신자들이 존경을 받고 있다.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환경보호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에 담긴 이런 뜻을 감안하면 가톨릭이 가진 '부유함'의 이미지가 앞으로 어느 정도 가실 것이라고 독일 dpa통신은 분석했다.

한홍순 주교황청 한국 대사도 "새 교황께서 던지는 메시지는 하느님의 복음을 실천하는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 탄생의 배경에 관해 "지금 이 시대에 가톨릭 교회를 이끌 가장 필요한 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사는 새 교황이 평생 아르헨티나에서 목자의 길을 걸었고 예수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예수회는 수도 단체이고 지성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면서 "새 교황은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닐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아오신 수도자"라고 말했다. 한 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말한 것을 실행에 옮기시는 분"이라면서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와 교황인 당신부터 하나님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0년간 교황 명칭으로는 비오, 레오, 그레고리오, 베네딕트, 요한, 바오로 등이 많이 쓰였는데 프란치스코라는 명칭은 처음 사용된 것이자 이런 전통에서 벗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훈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