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안동 마애솔숲공원

두 남자의 캠핑…별빛 가득한 하늘 아래 소주잔 기울여

3월 첫째 주 토요일, 업무를 마치고 오후 4시쯤 회사 밖으로 나온 나는 소리 없이 다가온 봄기운에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이 발동했다.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에게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노'였다. 계획은 있었다. 남자 둘만의 캠핑을 떠나기로.

아내의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혼자 떠나도 된다는 허락을 얻기 위함이었다. 바로 짐 싸기에 돌입했다. 나는 장비, 친구는 음식을 맡았다. 우리는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따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장비든, 음식이든…. 작은 텐트와 침낭만 있으면 된다. 음식도 간편하게 준비하면 된다.

20분 만에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출발했다. 장소는 안동 마애솔숲공원으로 결정했다. 나는 대구에서, 친구는 의성에서 각각 출발했다. 대구에서 출발해 중앙고속도로를 1시간여 달려, 서안동IC를 빠져나와 10여 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나는 단 15분 만에 텐트를 치고 사이트를 구축했다.(가족과 함께 오면 보통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친구가 도착하기 전까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그마한 공원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고, 잔디가 깔렸었다. 깨끗한 화장실과 아이들의 놀이터도 있어 캠핑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공원 옆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하천을 끼고 펼쳐지는 풍광이 장관이었다. 하천변에 펼쳐진 갈대밭과 모래사장, 그리고 멋진 산세가 가슴을 뻥 뚫리게 했다. 하천의 가장자리는 물이 그리 깊지 않아 여름에 물놀이에도 좋을 것 같았다.

솔숲 가까운 곳에는 중요 민속자료인 산수정과 마애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마애 선사유적 전시관이 있었다. 선사유적 전시관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전시 자료는 알차 보였다. 또한, 전시관 외부에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마애솔숲공원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4㎞)에는 낙동강 생태박물관도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주기까지 했다. 강변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가족단위로 자전거를 타기에 좋을 듯했다.

그리고 안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캠핑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박3일 정도의 일정으로 마애솔숲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안동의 여러 곳을 둘러보는 가족캠핑에 적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한참 구경하고 있으니 친구가 도착했다. 친구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왔다. 안동에서 유명한 안동간고등어와 불고기를 푸짐하게 가져왔다.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하자 남자 둘만의 특별한(?) 캠핑이 시작됐다. 불고기로 간단한 저녁식사를 했다. 텐트 밖을 나와 하늘을 봤다. 하늘엔 별들이 왜 그리 많은지.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잔디밭에 누워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캠핑하면서 내가 즐기는 취미 중 하나이다.

별 보기가 끝나고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모닥불이 피워졌다. 석쇠에는 노릇노릇 안동간고등어가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별빛 가득한 하늘 아래 두 남자만의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구운 고등어를 안주로 우리는 소주를 주고받았다.

이날 밤도 친구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 이야기, 와이프 뒷담화, 일 이야기 등 두 남자의 잔잔한 수다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고등학교 동기로 만나 어느덧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버린 친구. 세월과 인생이야기도 하며 한껏 분위기를 즐긴 후 잠에 들었다.

캠핑장에서의 아침은 항상 상쾌하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날 술을 조금 했는데도 머리는 맑았다.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 우리는 다음 캠핑을 기약하며 생활 속으로 돌아왔다.

손근수(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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